새벽 산에서
임영조
잠이 먼 새벽 홀로
여름 산 숲속에 들면
나도 정말 生生한 사람이 된다
딱따구리 기척에 잠을 턴 산이
서늘한 계곡을 깊게 벌리고
밤새도록 참았던 물소리를 내린다
으스스 진저리를 치면서
뚱뚱해도 곱게 늙은 부부가
약수를 한 바가지 달게 마시고
양팔을 휘두르고 목을 비튼다
앞뒤로 좌우로 거푸 두 번씩
마음 따로 몸 따로
화장 진한 여자가 산을 오른다
사람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지
자기보다 잘 생긴 개만 데리고
그만 하산하는데 뒤에서 돌연
개가 짖는다. 뒷덜미가 켕긴다
山門 밖 하얀 찔레꽃 덤불
가시 돋친 웃음소리 등을 떠밀고
길은 곧 인간의 마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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