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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시인의 시 특강

송진 시창작법 28-시詩도 없고 시인詩人도 없다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4.03.28|조회수40 목록 댓글 0

송진 시인의 시 창작법 28

 

시詩도 없고 시인詩人도 없다_사과는 밤배를 타고 어디에 닻을 내렸나_꽃의 경계를 넘어 꽃의 경계 너머 시詩가 다다르는 곳

 

 

송 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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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二十八, 받지도 않고 탐하지도 않는다

 

『수보리야, 만약 어떤 보살이 항하의 모래수와 같이 많은 세계에 가득 찬 七보를 가지고 널리 보시했더라도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일체 나 없는(無我) 진리를 알아 깨달음을 이루었다면 이 보살이 얻은 공덕은 앞의 보살이 얻은 공덕보다 뛰어나리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모든 보살들은 복덕을 받지 않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이 복덕을 받지 않사옵니까.』 『수보리야, 보살은 자기가 지은 바 복덕을 탐착하지 않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복덕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느니라.』

 

* 금강반야바라밀경/ 요진 삼장법사 구마라집 역/선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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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짓고 복을 지었다고 생각하거나 말을 하고 다니면 그건 복을 지었다는 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모든 게 공하다는 이치를 깨닫기가 먼 길이요, 내가 복을 지어도 복을 지었다는 생각조차 없으니 상이 없는 것이니 모든 게 공하다는 이치를 깨달아 한 소식을 한 것입니다. 시도 시인도 이와 같아서 내가 시를 쓰는 사람이니, 내가 시를 잘 쓰니 못쓰니 그런 생각에 빠지면 진정한 시의 길은 멀어지고 시, 시인이라는 껍질만 뒤집어쓰고 엉뚱한 길에 놓여 한평생 시간만 낭비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를 쓴다는 생각 없이 늘 시의 길에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며 시인이라는 생각 없이 늘 시인의 길에 사슴처럼 까만 눈동자를 껌벅껌벅 현재의 순간에 혼신을 다하여 시심詩心을 모아야겠습니다.

 

<시>

 

무성한 녹색 잎 위를 비틀거리며 너울거리는 노을연습을 하는 저 나비

 

는 이제 세상에 첫발을 디딘 알라딘

 

이 세상에 무엇이 있을까 접시꽃에 기웃 치자꽃에 기웃

 

마음대로 되지 않는 노란 날개의 균형

 

녹색 잎이 나비를 불러 젖을 준다

 

녹색 뿌리가 나비를 불러 깻잎을 입 안에 넣어 준다

 

알라딘 힘이 세어져

 

알라딘 날개에 새겨진 요술 램프 윤기로 탄탄해져

 

물속에 잠긴 수백만 톤의 배를 일으켜 세운다

 

는 상상을 하는데

 

온천천 외진 곳 왜가리 한 마리

 

침묵으로 젖은 스프링 노트를 휘감는다

 

아직은 비틀거리는 노을 한 마리

 

송 진_ <유월 장맛비>

 

 

⁍ 일상생활의 고정관념 깨기

 

<예문>

 

화덕피자에 가면 사람이 많다

- 화덕피자에 가면 기린이 많다

 

동물원에 사자들이 힘없이 앉아있다

- 동물원 우리에 이빨 빠진 접시들이 동굴처럼 퀭한 눈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며

 

시든 꽃들은 다시 피어나지 않는다

- 길거리에 버려진 할미꽃은 다시는 구부린 등을 펴지 못했다

 

⁍ 언어의 고정관념 깨기

 

<예문>

 

나는 사과를 먹는다

- 나는 사과에게 먹히고 있다

 

발바닥이 아파서

- 아네모네 꽃의 발바닥은 자갈계단처럼 울퉁불퉁하다

 

개가 싸운다

- 아버지 두 마리가 대로변에서 어깨를 물어뜯고 있다

 

⁍ 언어와 언어사이의 고정관념 깨기

 

<예문>

 

기역과 디귿 사이에는 니은이 있다

- 오이와 행주와 빨랫줄 사이에는 어젯밤의 정액이 흐른다

 

나팔바지가 유행이지만 나는 나팔바지가 없다

- 나팔 소리 속에는 이 빠진 네가 살고 있다

이 빠진 나팔 소리 속에는 석굴암 거미들이 우글거린다

 

소매 끝이 바람결에 나폴거린다

- 외로움은 장삼자락과 같아서 감싸 안으면 감싸 안을수록 부풀어 오른다

 

 

<시>

 

화덕피자에 가면 기린이 많다

동물원 우리에 이빨 빠진 접시들이 동굴처럼 퀭한 눈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며

길거리에 버려진 할미꽃은 다시는 구부린 등을 펴지 못했다

나는 사과에게 먹히고 있다

아네모네 꽃의 발바닥은 자갈계단처럼 울퉁불퉁하다

아버지 두 마리가 대로변에서 어깨를 물어뜯고 있다

오이와 행주와 빨랫줄 사이에는 어젯밤의 정액이 흐른다

나팔 소리 속에는 이 빠진 네가 살고 있다

이 빠진 나팔 소리 속에는 석굴암 거미들이 우글거린다

 

송 진 - <부처, 화덕피자 먹다>

 

 

〔직접 쓰기 시간입니다〕

 

⁍ 일상생활의 고정관념 깨기

 

⁍ 언어의 고정관념 깨기

 

⁍ 언어와 언어사이의 고정관념 깨기

 

⁍ 위에 쓴 내용을 한 편의 시로 정리합니다

 

 

<시>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사과 한 개를 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사과 한 개를 받은 어떤 사람은 마침 배가 출출한 참이어서 사과를 꿀맛처럼 먹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사과를 준 어떤 사람은 배가 고팠습니다 사과를 주지 말고 먹을 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사과를 받아 맛있게 먹은 어떤 사람은 괜히 사과 한 개를 먹어서 사과를 더 먹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사과를 준 어떤 사람은 사과를 받은 어떤 사람이 서운하였고 어떤 사람에게 사과를 받은 어떤 사람은 사과를 준 어떤 사람이 서운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기차를 타지 않았고 어떤 사람들은 같은 음식점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들 이야기를 빈 접시처럼 넣었다 꺼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점점 빈 접시가 되어갔습니다 어떤 사람은 귀가 달린 빈 접시가 되어갔고 어떤 사람은 혀가 달린 빈 접시가 되어갔습니다. 어느 섣달 그믐날 빈 접시들은 과수원에 비밀리에 모였습니다. 사과들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허공에 주먹질을 날렸습니다 과수원 사과들은 가만히 접시들의 말을 귀 기우려 들어주었습니다. 접시들은 이빨이 부러졌으며 팔이 부러졌습니다. 사과들은 땅 밑에 묻어둔 잘 익은 사과들은 모두 꺼내어 접시들에게 정중히 먹을 것을 권했습니다. 접시들은 잘 익은 사과를 맛있게 먹었고 사과들도 옆에서 잘 익은 사과들을 정중히 먹었습니다.

송 진_정중한 사과

 

 

시를 쓰려면 헛된 망상을 모두 넓은 바다 속에 버리는 게 좋습니다. 나라는 것 남이라는 것 그런 생각들 말입니다. 그런 생각들이 많이 남아있으면 있을수록 마음은 무거워지고 축축해져서 상대방을 탓하는 마음에 집착하게 되어 시에 몰입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남을 보지 말고 나를 보아야 합니다. 나는 잘 하고 있는가.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런 생각에 집중하다보면 아무리 짧은 노루해일지라도 여유가 생깁니다. 하루에 한 시간 책 읽으면 시도 한 시간 쓰고 하루에 한 시간 밥 먹으면 시도 한 시간 씁니다. 잘 쓸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노트와 연필만 펴놓고 바라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모두 좋은 시를 쓰게 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오늘도 시를 쓴다는 생각을 잊지 않는 것. 시 쓰는 일이 다른 일에 떠밀려 하루의 마지막에 오지 않게 하는 것. 그러다 결국 하지 못하고 그 다음 날로 떠밀려 넘어가게 하지 않는 작은 보살핌, 배려 그런 일들이 시를 계속 쓰게 하는 힘이 됩니다. 하루 중 빠지지 않고 해야 할 일 중에 하나가 시 쓰기일 때 시는 있는 모습 그대로 다가와 우리의 품에 살포시 새해 첫눈처럼 안깁니다.

 

시정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 시정신일까요 그러면 시는 무슨 정신으로 쓰는 걸까요? 소외된 자들에 대한 사랑이나 슬픔이 많은 정신의 소유자가 쓰는 걸까요?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쓰는 걸까요? 스스로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이 넘쳐 누군가에게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언어에 통달한 사람이?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방금 앞에서 나열한 이런 기미조차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시를 쓰는, 혹은 쓰고자 하는 사람, 혹은 앞으로 쓸 생각을 가진 이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지혜, 평등, 자비의 꽃들이 자라고 있다고. 시는 그들의 잠재적인 평범하면서도 기이한 정신의 표출 방식이라고.

시는 쓴다는 것은 외롭고 어두운 긴 터널을 밤낮없이 홀로 걸어가는 길입니다. 매연만 폴폴 날리는 길들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꽃의 출산을 받아내는 일입니다. 시정신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지혜로운 마음으로 그 길을 헤쳐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시를 포기하지 않고 언어와 사람과 세상과 함께 평등하게 걸어가는 길입니다. 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두의 것이며 누구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시는 공동체이며 자비로움입니다. 시는 시가 가진 열정, 사랑, 재능 모든 걸 다 쏟아 붓는다 해도 그건 그것에 대한 집착을 버린 지혜, 평등, 자비 그런 이름들뿐인 것입니다.

시에 집착하지 않을 때 시가 옵니다. 시를 내려놓고 텅 빈 마음으로 시를 생각하면 시는 아무리 말려도 기어이 밀물처럼 별똥별처럼 오고야 맙니다.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나무꾼처럼 언어의 뿌리를 붙잡고 씨름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이 때 ‘언어의 뿌리’는 그저 이름뿐인‘언어의 뿌리’인 것이지요. 언어조차 집착, 탐착하지 않을 때 상은 사라지고 시들이 피부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다고 할까요.

 

■ 아래의 방식으로 시를 써봅니다 _ <시 한 편 쓸 때마다 시작노트도 함께 쓰기 >

 

◉시

 

구월의 바다는 몽환적이다

 

송 진

 

부드러운 어깨를 가진 모래는 제 집을 찾았고 발자국은 아낌없이 파도 위를 헤맨다 뜨거운 햇살 상인에게 돈으로만 흥정되던 모래사장은 파란 눈을 가진 이국인이 된 것이다

 

, 소금의 숨을 쉬다니

 

이는 내밀한 기척을 깨우는 언어의 혀, 누가 누구를 치켜세우지 않아도 파도는 높아지고 누가 누구를 내리치지 않아도 바다 밑은 조개들의 사랑으로 뜨거워라

 

시작노트_마음이 가는대로 써봅니다

 

구월의 바다는 몽환적이다시작노트

 

바다의 마음은 바닷길처럼 스르르 열리고

뱀 한 마리 똬리 틀고 귀퉁이 자리 잡았네

그래 그래라도 편안하시게나

바다의 마음은 비단길 같아 스르르 덩크슛처럼 열리고

닭 한 마리 구구구구 햇살 쪼며 알을 품네

그래 그래라도 편안하시게나

우리는 뱀이고 우리는 닭이라

별을 낳고 달을 낳고

물안개 겨드랑이가 뿜어내는 물비린내 앞에

쉭쉭 날름날름

각각 나름이라네

 

이국인들이 많은 해운대 앞 바다

자연과 비자연

모두 모였네

오륙도는 선명한 날갯짓 있네 다섯 여섯 무리 지은 새

유람선은 펜촉으로 그린 그림

 

누구도 없어 다 있고

다 있어 누구도 없네

 

용왕이 에헴 턱수염 쓰다듬는 비단길

 

너도 이 길을 알고

나도 이 길을 아네

 

각자 알아서 살아가는 길

 

누구를 간섭할 것도 없고

누구를 걱정할 것도 없는 비늘 없는 물고기들

 

잠 오면 잠 자고

목마르면 물 마신다네

 

둥굴레와 보리와 옥수수와 결명자를 주전자에 함께 넣어 차를 끓입니다. 끓는 동안 눈 밝은 스님의 지팡이처럼 생긴 가을빛 둥굴레차가 우러나고 까칠하면서도 순한 백성의 눈동자 같은 보리차가 우러나고 토끼 앞니처럼 생긴 옥수수차가 우러나고 컴퓨터 마우스처럼 까만 결명차가 우러납니다. 사기그릇에 담아 후후 불어가며 마십니다. 차 재료를 같이 넣어 끓임으로 해서 같은 차가 된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재료의 각각의 특징이 살아 움직입니다. 시는 이처럼 공동체의 산물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시를 쓰고자하는 혹은 쓰고 있는 이들은 오직 현재 이 순간에도 까닭 없이 몸과 마음이 아파 시를 쓴다는 것입니다. 나(我)라는 상(相) 없이 새벽 강가에 떠있는 텅 빈 배처럼 자신이 텅 빈 배 인 것조차도 모른 채 온 몸, 온 마음을 다해 물 위에 떠 있는 시를 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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