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이 만난 시인, 신작시 - 배동욱
구원救援 외 1편
인터넷을 뒤졌다
휴대전화기까지 샅샅이 뒤졌다
세상으로부터의 신호信號는
늘 어디선가 끊겨있는데
미신迷信처럼
세상은 내 편이라고 우겼다
신神도 영혼靈魂도 헛소리
다만 지금이 전부라며
뜻 없이 히죽거린다
움켜잡을 무엇도 없으니
빠져나갈 것도 없다는 걸
뻔히 아는데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세월이 내 것이 아니듯
내 것도 아니면서 자꾸만
나로부터 빠져나가는 이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자꾸 히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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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 안개와 동백
아침, 안개가 한강을 出産하고 있다
저녁, 죽은 안개를 업은 漢江이
집으로 가는 언덕을 오른다
언덕에 내려놓으면
주검은 바람에 사라지고
제 눈물에 젖어 다시
江이 흐른다
동백꽃 모가지 뚝뚝 꺾던
四月 바람이 불고
죽어서도 붉게 타는 동백을 밟으며
나는 내 장례식장을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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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배동욱은 1970년대 「청암문학회」, 「伏賢文友會」, 「시얼」, 80년대 후반부터 「다듬시」, 「시인촌」 동인 등으로 활동했다. 계간 《韓國作家》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현재는 문학단체에 참여하지 않고 詩作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경기신인문학상과 시인촌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아르고스, 눈을 감다』가 있다,
E. sageriv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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