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이 만난 시인 신작시 - 정선영
혓바닥 외 1편
튀어나오면 바닥을 칠 줄 알았지
간사한 돌기는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쓴 맛은 뱉고 단맛은 삼켰지
비위 맞추는 것이 본분인 줄 착각했어
어쩌다 바늘이 돋아 아무나 찌르기도 했고
벌겋게 달아오른 용암이 터지기도 했어
펄펄 끓는 걸쭉한 핏물에
쓸려간 목숨들이 뻣뻣하게 굳어 가는 것을 보았지
구멍 뚫린 날들이었지
혓바닥이 위 아래로 퍼덕일 때마다
죽죽 그어지는 생채기들
날름날름 집어 삼켰던 욕망들
혓바닥의 농단에 놀아나지 말아야지
오늘도 나는 혓바닥을 조심조심 닦는다
혀를 잘 다스리는 일이
만사형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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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창
안팎 경계를 흡수한다
손
닿으면
거기가 여기 같아
울컥
담 너머
은밀한 동공이 움찔거린다
구름을 만지려다가
손가락 끝에 금이 갔다
구부러진 관절들의 음울한 음률
어둠의 구석을 떠돈다
티끌 없이 맑아
도무지 허락하지 않는
질문
답이 없다
명명백백해서
답이 없는
저
투명을
확 깨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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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1962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였으며 2001년 《한맥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영주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우울한 날에는 꽃을 산다』, 『홀로그램』, 『디오니소스를 만나다』, 『달의 다이어트』, 『슬픔이 고단하다』, 『책상 위의 환상』이 있다.
sunyoung6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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