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사이펀문학상 수상작
김정수
진학
어린 시의 손을 잡고 외출했어
구름이 측백나무 가지에 내려온
궂은날이었지
종일 집에서 칭얼대던 어린 시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림책처럼 쫑알거렸어
학교 운동장은 질척거렸지
소금쟁이의 물웅덩이엔
하늘이 거꾸로 처박혀 사부작거렸지
어린 시가 물을 첨벙 밟아대자
구름과 하늘이 사라지고
옷이 젖고
몸이 젖고
웃음도 젖을 만큼
마음껏 놀고 나니
양껏 살아 움직이는 것은
온통 흙탕물
몰골이 봐줄만 했어
길을 되짚어
무용담처럼 웃으며 귀가했는데
한바탕 혼이 났지
세탁기의 세상이 깨끗해지는 동안
욕조에 들어가 구석구석 씻겨주고
새 옷으로 갈아입히자
해맑은 시가 훌쩍 커 있는 거야
이제 학교에 보내도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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