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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한영채 - 여름 숲 외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4.03.16|조회수30 목록 댓글 0

신작시 | 한영채

 

 

여름 숲

 

 

비 개인 아침 매미들 목 놓아 운다

 

그 숲으로 가는 길

모자 속으로 말매미 울음이 우르르 몰려

우듬지 바람이 덩달아 운다

 

동쪽에서 싸르락

서쪽으로 싸르르르

솔 이파리 동서로 쓰러지는데

 

시베리아 어느 침엽의 거리를 맨발로 질주하는 것 같다

고개 숙여 걷는 저 여자

목줄 맨 개 한 마리 따라간다

 

청량한 물빛이 푸른 잔디 맨발을 간지럽힌다

밟을수록 단단해지는

진흙이 발가락 사이 비집어 오른다

 

등뼈처럼 휘어진 메타세퀘이아 뿌리에

잘근잘근 맨발이 누른다

 

키 큰 그 숲에 말없이 걷는 그림자

고개 숙여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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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혹은 일그러짐

 

 

산 너머 서녘 하늘이 물감을 푼다

강이 낭자한 출혈이다

 

절체절명의 찰나가

여섯 시와 일곱 시 사이를 가로지르고

 

북쪽과 서쪽 강변이 가슴에 불을 붙인다

 

에게해에서 보았던 그 검은 일출

파랑이 보라로 휘몰아치는 일몰

그사이 붉은,

 

표현되지 않는

표현할 수 없는

 

지평선 혹은 물의 감정이

일몰 혹은 일그러짐

숨어서 심장은 더 붉어져 오는

 

닿을 수 없어 아득히 먼 곳

서녘은 시간의 표정으로 일그러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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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채

2006년 《문학예술》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모량시편』,『신화마을』,『모나크 나비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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