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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권영해 - 독보적獨步的·5 외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4.03.16|조회수46 목록 댓글 0

신작시 | 권영해

 

 

 

독보적獨步的·5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나무늘보의 거취에 대해

지나친 편견은 무망하다

 

속 터지는 그의 행보에는

독특한 ‘전략’이 장착되어 있다

 

나무의 관상동맥을 그러안은 시간은

급행의 세상살이에 대한 성토,

자기성찰의 시간을 확보하고

내일에 대처하는

처세의 로드맵을 제시한다

 

질주하기 전

성장판을 무한정 열고

나무멍에 탐닉한 그의 출구전략에는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알고 보면 나무늘步는

답보踏步에 심취한 것이 아니다

분통도, 조급함도 가벼이 던져두고

세상과 교신하는 슬로우 라이프

오래도록 세습된

몸서리쳐지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속 터지게 느긋한 그의

‘마음가짐’에 있다

 

그는

내적으로 진보進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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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경력사원·19

 

 

 

 

혁명이 이리도 신선한가

올해도 어김없이

공약을 남발하는 봄이 도착했다

 

꽃눈이,

들끓어 오르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

목 놓아 가슴을 터뜨려 버렸다

샅샅이 불태웠다

 

동백은

동시다발로 봉기하는 대자보大字報

비겁과 만용이 충돌하는 사춘기가

구석구석 방방곡곡

싱숭생숭 피어난다

 

온통 청춘으로 흠뻑 젖어

갱년기라곤 없는 넉살 좋은 놈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위태위태한 봄이

오기도 전에

가고 말 것이다

 

치고 빠지기가 미덕인

이즈음에는

억지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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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해

경북 예천 출생. 1997년 《현대시문학》 등단. 시집 『유월에 대파꽃을 따다』, 『봄은 경력사원』, 『고래에게는 터미널이 없다』. 대한민국 예술문화공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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