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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태경 - 어느 집의 한낮 외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4.06.05|조회수16 목록 댓글 0

사이펀 신작시|김태경

 

 

어느 집의 한낮

 

 

 

1.

바람에 흩어지는

풍성한 머리카락

모자를 주우려던

소녀의

머리 위로

새하얀 커튼을 뚫고

날아온

총알들

 

2.

엎어진 나무 탁자

깨진 화병이 쏟아낸 물

흥건히 젖은 모자

날아가는 붉은 꽃잎

머리를 감싸 쥔 작은 손에

다가올

죽음 같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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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의 정적

 

 

 

추위와 어둠 속에서 졸고 있는 차돌 같아

한 개의 숫자만이 밤하늘을 응시하지

 

그 수는 틀린 지 오래

온기를 빼앗겼어

 

어루만져 보았지만 던져볼 순 없었지

뱅뱅 도는 순환 열차 탄 듯이 어지러워서

 

선택은 1에서 6까지

다른 표정 찾고 싶어

 

사포로 문질러서 검은 점을 지워야 해

미래 같은 여섯 면에 어떤 수든 써도 되지

경우의 수를 지웠더니

먹구름이 걷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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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2014년 ≪열린시학≫에 평론으로 등단하였으며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 되었다. 평론집 『숲과 기억』, 시집 『액체 괴물의 탄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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