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김태경
어느 집의 한낮 외
1.
바람에 흩어지는
풍성한 머리카락
모자를 주우려던
소녀의
머리 위로
새하얀 커튼을 뚫고
날아온
총알들
2.
엎어진 나무 탁자
깨진 화병이 쏟아낸 물
흥건히 젖은 모자
날아가는 붉은 꽃잎
머리를 감싸 쥔 작은 손에
다가올
죽음 같은 밤
-----------------------------------------------
주사위의 정적
추위와 어둠 속에서 졸고 있는 차돌 같아
한 개의 숫자만이 밤하늘을 응시하지
그 수는 틀린 지 오래
온기를 빼앗겼어
어루만져 보았지만 던져볼 순 없었지
뱅뱅 도는 순환 열차 탄 듯이 어지러워서
선택은 1에서 6까지
다른 표정 찾고 싶어
사포로 문질러서 검은 점을 지워야 해
미래 같은 여섯 면에 어떤 수든 써도 되지
경우의 수를 지웠더니
먹구름이 걷히네
------------------------------------
김태경 2014년 ≪열린시학≫에 평론으로 등단하였으며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 되었다. 평론집 『숲과 기억』, 시집 『액체 괴물의 탄생』이 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