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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배경희 - 썸바디 외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4.06.05|조회수16 목록 댓글 0

사이펀 신작시|배경희

 

 

썸바디

 

 

 

 

오늘은 약국에서 파란 알약을 삽니다

 

늘 먹던 흰색 약은 수평으로 지루했어요

 

생활을 이어갑니다

온몸이 아프도록

 

겨울햇빛 받으며 소파가 됩니다

 

하늘과 흰 구름, 새들이 고입니다

 

난간에 앉은 까마귀

먼 곳을 응시합니다

 

유리병에서 산딸기가 구름처럼 폭발하고

 

더 아픈 당신이 모든 알약을 끊는다고요

 

늘 하던 이야기가 집니다

터진 여름이 끈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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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죽음

 

 

 

 

한순간 비명소리

 

숲속을 찢어놨다

 

가슴이 뛰었고 그림자가 몰려왔다

 

공중에 검은 물감을 뿌려놓은 까마귀들

 

 

거칠어진 침묵 속에 검은 눈을 보았다

 

살아있는 들풀이 바람에 흔들리듯

 

솜털이 맨드라미처럼 연민으로 일어섰다

 

 

피 묻은 개를 보고 열심히 닦았는데

 

지워지지 않는 피에 고개를 돌렸다

 

온종일 은사시나무가

 

이쪽저쪽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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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희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흰색의 배후』, 『사과의 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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