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이효순
봄날은 이어도 외
이어도로 갔는가 ‘큰개불알 풀’
살얼음 낀 밭에 양탄자 깔았다
봄까치꽃 미명美名을 달고 어성초 하얀
실핏줄을 감고서 봄 물결 일으킨다
서로를 기억하는 것은 미쁨일까
은하수 끝에서 명왕성까지
이별하라 읊는 노래 별이 되어도
천상 밀어 나누며 상사화를 그린다
경칩에 냉이꽃 기지개 소리
하늘 창이 열리니
어성초 감긴 동거를 벗는다
뉘 손인지 고통없이 뜯겨나간
빈자리가 넓다
이어도로 갔는가‘큰개불알 풀’숲
봄날에 배웅하는 손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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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머거리 벚꽃잔치
정골 못가 밭에 꽃비 뿌리는 왕벚나무
꽃비가 소문 날린다
켜켜이 쌓인 밭두렁에 걸터앉아
탐스런 피부 손등 올려 독백하는데
이십오 년 유래 없는 일이다
귓바퀴 두껍게 살았다
고샅길 돌아 물지게로 지켰던 묵정밭
물 동냥에 어린 묘목이 안쓰러웠던 바람이다
철없이 어린 배나무 어사화 꽃 주길 기다리는데
외래충에 옹이된 가지 앉아 노는 잡새들
뻐국새가 종일 흑 가슴 달래 주었다
왕벚나무 핑크빛 꽃비는 쏟아지는데
모종마다 탐스런 얼굴 입방아 찧고 싶은데
열리지 않는 귀가 함께 할 눈망울 없다
배나무 어사화 꽃 피운 소식
춘궁기 농부는 사람을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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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순/ 2003년 12월 ≪삶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실상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거울밖으로』, 『침묵, 눈을 뜨다』, 『풍등 탄 물고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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