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김동원
격발 외
그 여자의 무릎에 누워 화경花莖을 들어서야만 했다. 다가서니 형形이 없구나. 하늘에 바람의 두 다리가 걸려 있다. 그렇게 번지거라, 붉은 언어여! 쪼개지리라. 장미의 격발擊發, 그 피의 흰 나비여! 추상은 추상의 거리만큼 아득한 순수. 꽃의 피살, 교활하구나 혀여! 멀어서 낯선 언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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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모가지
동백꽃 모가지 하나 수평선 보고 고꾸라지네
동백꽃 모가지 둘 절벽 아래로 고꾸라지네
탕, 탕 탕, 탕 탕 탕, 타앙, 탕!
동백꽃 모가지 셋 성산 일출봉 아래 고꾸라지네
그 새벽 포승줄 묶인 캄캄한 등짝, 무더기로
무더기로, 무더기로 고꾸라지네
핏물 고인 제주 오름 구덩이 속에
붉은 노을 돌아와 고꾸라지네
동백꽃 붉은 모가지 무더기로 고꾸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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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경북 영덕 출생. 1994년 《문학세계》 시,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2020년 《문장21》 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 『구멍』, 『처녀와 바다』, 『깍지』, 『빠스각 빠스스각』, 시선집 『고흐의 시』, 시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평론집 『시에 미치다』, 동시집 『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 『태양 셰프』 등이 있다. 대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텃밭시인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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