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조현옥
밥티나무꽃 그늘아래서 외
,
그 집 그 뒤란에는
밥티나무 꽃
붉었습니다.
아들은 돌아오지 않고
해마다 밥티나무꽃 만
피었다 집니다.
어머니는
길을 잃은 사슴처럼
밥티나무꽃 그늘 속을
서성거리다가
일거리를 찾지 못한 손처럼
뒤숭숭
아직도 해질녘 논두렁 길
헤메이고
계십니다.
산등성이
해가 저물어도
돌아오지 못하시고
그 너머 너머
해가 되어 어둠 속을
걸어 들어가십니다.
※장성군 서삼면 장성리 지광 김동수 열사의 생가에 핀 밥티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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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의 사원
선암매는
적멸에 들고
겹벚꽃은
법화삼매에 들고
제주 수선화는
사원의 정원에서
두 손 모으고
합장만 해요
행자도
아닌 바람이
사원의
마당을 쓸면
사람들은
부처님을 보러 와요.
꽃이 피면
아무리 멀고 멀어도
부처님을 보러 와요.
마음이 편해진다고
마음 든 자리
환해진다고
방장스님은
하시는 일 없이
섬돌에
흰 고무신만 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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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옥/ 1993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금강의 노을』, 『통일 열차』, 『할머니 등에 업혀』, 『홍매화 피는 언덕』 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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