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동길산
뭐든 외
-기후 위기 1
뭐든 달라져서 문제다
처음과 지금이 달라져서 문제고
저기와 여기가 달라져서 문제다
처음엔 높지도 낮지도 않았으나
지금은 높아지거나 낮아진 것들
저기는 언제나 저기였고
여기는 언제나 여기였으나
더는 저기가 저기가 아니고
더는 여기가 여기가 아닌 것들
처음과 끝이 다르지 말며
여기 다르고 저기 다르지 말아라
어릴 때부터 인이 박이도록 들은 이 말
사람이 사람한테만 그럴까
사람이 사람한테만 그럴까
---------------------------------------
바짝
-기후 위기 2
온다는 비는
오늘도 오지 않고
사람 애를 태운다
땅이 바짝 타들어 가고
바짝 타들어 가는
5월과 6월과 7월
아무리 가물어도 나무는 자라고
가물수록 열매는 달다지만
그건 멀찍이 떨어져서 해보는 말
가까이서 보면
나무는 안에서 말라 가고
열매는 진물이 나서 무르다
오늘은 비가 오려나
일어나면 하늘부터 보는 사람들
속이 얼마나 탔으면
발가락에서 이마까지, 그리고 등짝까지
보이는 데는 모두 타들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쓴 내 희멀건 시
바짝 태우고 싶은
5월과 6월과 7월
---------------------------
동길산/ 1989년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거기』,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 등이 있으며 김민부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