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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공광규 - 수선화 외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4.06.05|조회수46 목록 댓글 0

사이펀 신작시|공광규

 

 

 

수선화

 

 

 

덕산 스팔라스리솜에서

예당호 가는 길 응봉면 어디쯤 길가

수선화 피었다

 

한들한들 꽃송이들

봄 인사가 반갑다

 

내 고향은 여기서 가까운

청양

 

구기자나무 울타리 아래

어머니가 심은 수선화도 피었겠다

 

돌아가신지

십 수 년이 되었는데도

 

봄날 마당가 수선화로

환하게 오시는 어머니

 

어머니 뼛가루를 뭍은 감나무 가지에도

머지않아 잎눈이 트고

 

감꽃 피면

어려서 죽은 동생 울음처럼

벌들이 잉잉거리며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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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동백

 

 

 

제주 글래드호텔 후원

바위틈에서 솟아난

붉은 동백 한 송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접시에 담아온 오렌지와

바나나 토막 껍질을 벗기고

마늘빵을 잘라 딸기잼을 바르는 나를

 

습한 바위를 덮은 이끼와 덩굴식물

바다머위와 고란초와 뱀고사리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는 나를

 

붉은 동백 한 송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기를 품고 총 맞은 엄마의 발자국 따라간

눈 위에 쏟아진 핏자국과

 

불에 활활 타던 집이 생각나

동백을 보면 동백나무를 베어버리고 싶다던

할망의 핏발선 눈빛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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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담장을 허물다』, 『서사시 금강산』, 『서사시 동해』 외 여러 권과 산문집 『맑은 슬픔』 등이 있다. 녹색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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