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채종국
평생이라는 말 외
어릴 때 가장 긴 단어 같았던 말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던 말
비슷한 단어를 찾아보니
영원과 같은 말
어른이 된 지금은 가장 짧은 말
비슷한 단어를 찾아보니
찰나와 같은 말
영원과 찰나는 같은 말
순간을 영원으로 살 수도 있다는 말
나를 움직이는 평생이라는 말
순간 속에 영원이라는 말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은 말
순간 속에 영원이란 말을 심고 싶은 지금
한순간도 잠들고 싶지 않은
영원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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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내가 무얼 하려 했지?
슬픔이 떠난 자릴 공허가 밀고 들어온다. 공허엔 눈물이 없다. 슬픔도 눈물도 무채색 구멍을 무중력 상태로 떠다닌다. 마르고 건조한 날의 연속. 감정의 소멸. 물기 없는 삶엔 비명조차 건조하다. 피로한 육신은 눈썹 밑에 비틀거리고 지친 문장은 행간을 허영으로 비튼다. 발화되지 않은 말이 입술을 붙들고, 빈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다. 머뭇거리는 생각. 머뭇거리는 문장. 머뭇거리는 입술. 숨결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블랙홀을 빠져나갈 수 없다. 별을 건너기에는 불가능한 음절. 슬픔은 없고 자멸만 남은, 공허라 말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난독 한 줄과 우주 한 페이지.
나는 무엇을 하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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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국|2019년 《시와경계》로 등단했다. ‘Volume’ 동인, 《웹진시인광장》 《시인하우스》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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