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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려원 - 피고 지고 피는 외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4.09.12|조회수89 목록 댓글 0

신작시|김려원

 

김려원 시인

 

피고 지고 피는

 

 

 

동네 누나와 입 맞췄다는 당신의 그 누나를 만난다면,

 

오늘 자란 꽃잎이 낙화 중이라는 전갈. 시외버스 간이 매표소 중년 여자의 쌀쌀맞은 대꾸는 손목 하나 들락거릴 구멍이 불쑥 토해낸 컴컴한 행로. 버스 창밖에서 부슬비는 약속도 없이 풀을 적시고 빗방울 넉넉히 묻은 호수에 늘어지는 저 구사일생도 모르고 흩날리는 초속의 내리막 꽃과, 비와, 해의 만개, 나울나울 입술을 말리고

 

젖었다 마른 운동화 밑창에 들러붙은 망연한 어스름을 껴안고 돌아누운 당신의 등에 가슴을 대고 불을 켜 든 동백, 옛 단층집 한 평 남짓 화단을 어슬렁대다가 손톱이 입술각질을 뜯는 한적한 영문도 모르고 하염없이 하염의 자취와 빗방울 속에서 맛본 테이크 아웃 까페라떼 겹겹무늬초코크림의 낌새와 벚꽃잠 일으키는 번개를 품은 자정의 노란 비와 당신의 휜 등에서 읽어버린 물끄러미 또는 우두커니

 

발간 입속에서 꽃 피는 동네 누나처럼 가출하면 나도 필까, 만나게 될까,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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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종이컵을 들고

호호 새를 마시는 걸 본다

몇 명이라는 입김엔

후후보다 호호가 맞을 거야

달달한 혀를 제 숨으로 삭이며

맞잡은 손에 들어온 새에게

저토록 형평을 맞추는 것을 본다

한 모금 아니 몇 모금에게

저렇게 다정스러운 것을 본다

한 겹 종이 안의 새가

설탕과 크림과 호호 입바람과

맞잡은 다정의 재료인 것을 본다

그러다 바닥이 드러난 컵을 부르르

움켜쥐는 것을 본다

이미 제 손아귀에 들어온 것을

무참히 팽개치는 것을 본다

파닥거리거나 날뛰었는지

시비의 뒤끝이었는지

두 손에 뜨겁게 들이닥쳐서

몇 모금 이후 새파래진 새를 본다

몇 사람 모여 호호거리다

식은 한 방울까지 찌그러트린

새를 본다 짧은 볕 이우는

시시비비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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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원2017년 진주가을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 『천년에 아흔아홉 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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