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장우원
고막원역 외
한 번도 내린 적 없는 역
용산행 밤차 어둠인 채
싸락눈 비켜 날리던 대합실 밖
한 귀퉁이
왠지 누군가 울고 있어야만 하는 역
그래야만 어울리는 역
5일장 파한 막차
켜켜이 쟁인 목포행 빈 다라이
진득한 생선 내 같은 역
내린 적 한번 없어도
고막 가득 남아있는 역
직선에 모두 내주고
에돌아 늙은 화물열차 때깔처럼
건물 통째로 쓸쓸한 역
고막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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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요양, 병원
낱말들이 모르는 척 서로 비껴간다.
어제는 오늘을 부정하고
내일은 또 오늘을 거부할 게다
낱말이 사라진 세상
본능만 부활한 목숨
봄날 배추흰나비 한 마리 팔랑거린다
볕 좋은 양지에서
깊이 잠들기 좋은
간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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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원| 2015년 《시와문화》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나는 왜 천연기념물이 아닌가』, 시사진집 『안나푸르나 가는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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