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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완호 - 달항아리 외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4.09.13|조회수96 목록 댓글 0

신작시|박완호

 

박완호 시인

 

달항아리

 

 

 

항아리에 뜬 달이 지기 전

서둘러 뚜껑을 덮어주었다

 

간장 익어가는 소리 따라

항아리 속을 떠다니고 있을

 

쪽배 하나, 밤하늘 빛 간장이

단내로 깊어 가는 달항아리

 

그 배는 지금쯤 어디까지 흘러갔을까

 

간장 냄새 되게 풍기는 날이면

항아리 속 달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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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목을 길게 내밀면 누구나 기린이 되지요 발뒤꿈치를 높이 쳐들면 까치가 되듯

 

봐요 빨개지니까 사과, 참 사과는 아니랬죠 사과를 까먹은 신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고, 다시

 

빨개지면 토마토, 사실 난 검은 토마토라니까요 그러니까

 

몸을 둥글게 구부리고 두 팔을 모으는 듯 펴는 듯 만들면 그게 바로 곰이래요 맞아요 학이든 호랑이든 뭐든 가능해지는 무협의 판타지, 우리 다시

 

기린으로 돌아가요 거기서 목을 조금 더, 딱 죽기 직전까지만 잡아 빼면, 간절한 기린이 되는 건가요 정말

 

저 너머엔 뭐가 있기는 한 걸까요 신이라고 떠벌리는 이상한 것들 말고, 이제

 

빠진 목을 도로 집어넣을 시간이에요 이 밤이 지나면 또 밤이 오겠지만 어디나 환하디환한,

 

절망뿐일 테니까요 여전히, 반쯤 빠지려다 만 모가지를 흔들어 가며

 

기린이 되는 꿈을 꾸는 중인가요 거기, 모가지가 자꾸 길어지는 당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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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1991동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김춘수시문학상, 경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 너무 많은 당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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