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 유고특집 | 송유미를 그리다
나의 멘토 송유미 시인
이금숙(동랑 청마기념사업회 전 회장)
3월의 목련을 닮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1999년 10월 어느 날이었다. 두 번째 시집을 상재 하기 위해 발문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작은 체구에 가녀린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조선의 여류시인 허난설헌을 보았고 어쩐지 그녀를 통해 내가 상상했던 시인의 삶을 읽어낼 수 있었다.
두 번의 강산이 바뀌는 동안 그녀는 세 번째 시집과 네 번째 시집에 대한 발문과 시평을 해주었다. 자주 만날 일은 없었지만 전화와 카톡으로 주고받은 영상과 일상의 얘기들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했다. 아픈 것은 알았어도 그녀는 항상 단아한 모습으로 미소를 잃지 않고 여류시인의 품위를 지켜온 부산의 대표 시인이었다.
해운대 백사장 앞 카페에서 가끔 얼굴 보며 세상의 삶을 노래하던 그녀를 소개해 주었던 작가마을 배재경 대표가 왜 나에게 그녀를 소개시켰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삶의 모습이 닮은 탓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녀의 부고를 듣기 얼마 전까지 나와 그녀는 카톡을 주고받았다. 믿기지 않은 사실에 놀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아직도 카톡을 지우지 못한 나의 전화기에는 빨간 양귀비꽃 속에 담겨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라는 그녀의 인사 문구가 나를 반긴다. 이렇듯 모든 이들에게 살가움으로 다가왔던 시인이었기에 그녀의 부재가 더 커져 보이는 것은 보고 싶음 때문일 것이다.
병실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아픔을 감추고 메시지에 일일이 답장을 주었을 그녀의 힘들었던 하루하루가, 죽음을 예견하고도 덤덤하게 세상을 바라보았을 그녀의 처절한 투병 모습이, 한 번이라도 병문안을 가지 못한 회한이 가슴에 여며와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떠도는 바람처럼 소리없이 다가와 말없이 떠난 그녀는 진정 바람이었을까. 서편 하늘을 묻들인 붉은 노을이었을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해운대 밤바다에서의 짧은 해후가, 한 잔의 술과 한 잔의 슬픔과, 한 잔의 그리움을 읊조리던 그녀의 작은 모습이 더욱 애절하게 그리운 요즘이다.
나의 문학 생활 멘토였던 송유미 시인, 아픔을 통해 삶을 공유했던 그녀와의 교감이 그녀가 없는 이 시간, 더 그립고 소중했던 시간이었음을 실감한다.
함께 여행을 떠나자며 약속했던 것이 일 년 전인데 지금은 가고 없는 당신, 보고 싶은 당신의 환한 미소가 무척 그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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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
경남 거제 출생으로 1993년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동랑청마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세계항공월드’ 대표이다. 시집으로 『그리운 것에는 이유가 있다』, 『표류하는 것이 어디 별뿐이랴』, 『마흔둘의 자화상』, 『쪽빛 바다에 띄운 시』가 있으며 여행산문집 『청마, 길 위에 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