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사이펀 소식

김종희 편집위원, 수필집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 발간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시간 42분 전|조회수27 목록 댓글 0

본지 김종희 편집위원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중소출판사 선정작'인 수필집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을 펴냈습니다.

 

김종희 선생의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 표지

 

출판사 서평

꿈꾸는 미학자, 김종희 선생이 감성적 수필집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작가마을)을 출간했다. 김종희 선생은 미학자이자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미술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추론적 강의로 유명하다. 김종희 선생이 펴낸 이번 수필집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은 주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그녀만의 섬세하고도 담백한 문체가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수필집이라 했지만 문화 전반의 감성 산문집이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 하다.

 

무엇보다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은 수필가이자 미학자인 김종희 선생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달밤의 문장으로 오버랩된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주제를 달빛처럼 부드럽게 파고드는, 그러나 빠트리지 않는 날카로움은 뜨거운 햇살과도 같다. 하지만 전반적인 문장의 너울지는 파고는 끝없이 펼쳐지는 김종희 작가의 종횡무진에 저절로 박수가 터진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잘 어우러진 파운데이션으로 촉수를 세운다고 할까? 어쨌거나 독자들은 비무장지대의 문장에 자신도 모르게 녹아나는 우려를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은 당신의 은유이니까

 

김종희 선생의 수필은 시적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문장으로 이미 평단에서는 익숙한 이름이다. 또한 전방위적인 문화기획자이기도 하다. 2010빈빈 문화원을 열어 강연, 전시, 공연, 북토크 등 최근 10여 년 사이 크게 붐을 이룬 인문학 열풍을 확장시키는데 크게 기여를 해왔다. 현재는 전국의 지자체나 도서관, 각종 단체의 초청으로 미학강의에 바쁘다. 특히 천원의 미학’ ‘전통건축의 미학지폐에 담겨진 그림과 풍속’, ‘알지만 모르는 우리미술이야기’, ‘불교건축’, ‘서원건축의 미학적 강의는 독특함으로 인기가 높다.

 

더구나 이번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공모사업에서 당선된 중소출판사 선정작이다. 아울러 표지그림은 김설희 작가가, 사진은 김종희 선생의 지인인 박유현 선생이 담아냈다.

 

--------------------------------------------------------------------------

작가의 말

 

썰물로 빠져나간 어제는 유물로 남고

기억엔 이끼가 자리 잡았습니다.

 

지나간다는 것은 경계에 서는 일이고

지나간 것은 경계를 넘어서는 일...

 

나는 아직도 연필을 깎는 중입니다.

 

 

2024. 김종희

 

 

-----------------------------------------------

저자 약력

 

김종희 수필가(사진-박유현)

꿈꾸는 미학자로 익히 알려진 김종희 선생은 미학자이자 수필가이다. 1967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199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수필이 당선 등단했다. 수필집으로 나는 날마다 신화를 꿈꾼다, 돌탑에 이끼가 살아있다, 사랑도 기적처럼 올까가 있으며 인문채록집 기억 장소 그리고 매축지 1, 2, 구술생애사로 경험하는 인문학등이 있다. 현재 전국 미학강사로 바삐 활동하는 가운데, 국제신문 인문학 칼럼과 계간 사이펀편집위원으로 왕성하게 즐거운 늙음을 베팅 중이다.

 

----------------------------

작품 속으로

 

고맙습니다 그대

 

 

 

 

정신을 담는 그릇인 육체가 깨지고 나면 ᆢ나의 존재는 관계 속에서 사라집니다. 의식이란 무형의 존재라 감각기관에 의해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다만 내 육체를 기억하는 이의 심상에 이미지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하여 의식적 존재인 나는 육체적 존재인 나를 통하여 비로소 인식됩니다.

유식학자들은 물질로서의 육체보다는 의식에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러나 의식을 담아내는 그릇인 육체가 없이 한 존재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의식적 존재인 나는 육체적 존재인 나를 아끼고 사랑합니다. 내가 나의 육체를 사랑하듯이 그대의 육체도 사랑합니다. 정신적 존재인 그대를 담고 있는 그대의 육체 또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요.

쉰 중반의 생일이 지나면 의식적 존재인 내가 육체적 존재인 나에게 옷 한 벌 지어주고 싶었습니다. 물빛을 담은 생명주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여 지은 우리 옷으로요. 요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으며 담담하여 어디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치마저고리를 입어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습니다.

한복을 지어야겠다는 말에 지인들은 손사래를 칩니다. 자녀들이 장성했으니 혼사를 하면 입게 될 터인데 뭐 하러--- 한복이 얼마나 불편한 옷인데--- 잠시 입을 일이면 차라리 빌려 입지--- 등등의 말들로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자식의 결혼이란 그들의 의식에 대한 어미로서의 예복일 뿐입니다. 내가 한복을 지어 입는 것은 내가 나에게 주는, 오롯이 나를 위한 옷입니다. 선물입니다. 귀한 사람을 만나러 갈 때, 나를 위한 귀한 시간을 만들 때 입을 옷입니다. 그러니 내 옷은 설레임입니다.

한복에 대한 아주 특별한 기억도 있습니다. 일찍 혼자된 고모가 친정 온다는 기별을 받으면 조부는 신작로에 나를 내보냈습니다. 생각할수록 애틋한 딸을 맞으러 당신인들 마을 어귀에 나가고 싶지 않겠습니까. 대신 손녀인 나를 보낼 때는 외로웠을 당신 딸에게 쪼르르 달려가 종알종알 매달리는 정경을 상상했을 겁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가슴에 묻고 생을 걸어야 하는 딸. 스스로 고립되기를 주저않았던 딸. 그런 딸을 보는 것만으로 조부는 속이 무너졌을 겁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신작로 정류장에 버스가 멈춰 섰습니다. 차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다가가면 하얀 고무신 위로 목련 빛을 닮은 치맛자락이 먼저 보였습니다. 한 손으로 치마 말기를 잡고 조용히 버스에서 내려서는 고모의 담담한 한복이 참 좋았습니다. 바깥바람을 쐬지 못한 채 오래도록 횃대 아래 걸려있어야 했던 옷 냄새가 좋았습니다. 옷 냄새는 빈 벽 냄새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해가 들지 않는 여인의 빈 방 냄새이기도 했습니다. 휑한 가슴에 이는 외로움의 냄새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전쟁이 갈라놓은 이별. 생사도 모른 채 평생 속으로 앓으며 살아내야 했던 여인의 적막함과 막막함에 눌린 치맛자락.. 마른 옥수수 대궁 퍼석한 냄새에 매달리기를 나는 좋아했습니다. 손가락을 잡아끌며 종알거리는 나를 바라보는 고모의 잔잔한 웃음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긴 목으로 미끄럼 타듯 내려온 동정, 저고리의 양 섶을 당겨 여민 옷고름,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날리던 치마를 단단히 잡던 고모님의 성정은 언제나 한복과 함께 기억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내 몫의 옷을 입고 걷는 일이겠지요. 의식적 존재로서 육체에 대한 고마움과 육체적 존재로서 의식에 대한 고마움으로 즐거운 긴장을 할 때 탁월한 삶으로 부단히 성장할 수 있겠지요. 그런 까닭으로 내게 한복은 축복입니다. 나를 위한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부지런히 걸어온 길에 대한 고마움과, 설레임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희열입니다.

따뜻한 물 한 잔을 몸속으로 흘려보냅니다. 물이 지나는 길마다 온기가 번집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적시며 흐르는 물처럼 그대에게로 나도 첫 아침 첫 물로 걷습니다. 날마다 그대도 첫 사람으로 나를 적시며 옵니다. 숨겨둔 사람처럼 설레는 이름 통영으로 한복 첫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을 잡아준 그대에게 담담한 물빛으로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대---

 

-----------------------------------------------------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

 

 

 

어떤 언어는 비늘처럼 감성을 일으키고 어떤 언어는 물오른 어린 가지 봉곳한 눈처럼 옵니다. 또 어떤 언어는 해거름 산란하는 빛으로 흔들리고 어떤 언어는 윤슬처럼 떠있습니다. 언어는 그 언어를 품은 사람의 온기와 정감을 담아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겨울과 봄 틈새, 정월보름 통영으로 달마중 갑니다. 물 위를 찰방찰방 걸어오는 달빛을 상상하며 가는 마음은 이미 보름달입니다. 낮의 끄트머리를 잡은 해와 밤의 초입에 선 달이 양팔 저울처럼 떠있습니다. 나는 저울의 가운데 길을 꼿꼿하게 세운 등뼈처럼 통영으로 갑니다. 멀고 가까움이 서로 기대어 융기된 땅이, 산이라는 이름으로 길을 안아줍니다.

땅의 중첩된 주름이 열어가는 풍경은 흡사 일월오봉도를 연상케 합니다. 그런 중첩 위에 교교히 떠 있는 해와 달, 달과 해가 주는 그만큼의 거리를 올려다볼 때는 어떤 언어로도 그 오묘함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뒤차를 먼저 보내는 기차의 느린 마음으로 풍경을 봅니다. 천천히 가는 만큼 풍경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물 빠진 갯펄에서 기어 나오는 무른 속살이 한 점 단색화로 안깁니다. 소리를 내어 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 그렁그렁한 눈빛의 말이 그 뜨거울 때가 있습니다. 귀 기울여야 비로소 보이는 말,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들리는 말이 있지요. 그것은 느린 마음일 때라야 다가오는 언어입니다.

오래 못 본 사람이 새벽꿈에 설핏 다녀간 날이었습니다. 푸른 새벽에 깨어, 먼지 앉은 책을 열었습니다. 책장을 접을 때마다 겹쳐지는 오래된 얼굴 하나가 흩어졌다 모였다 또 흩어졌습니다. 마른 물길이 남겨둔 흔적 같은 길의 주름을 보듯 천천히 책장을 넘겼습니다. 삶은 냉철한 듯해도 광활한 고독을 품은 그 속은 황홀하다는 것을 흩어지는 문장이 말합니다.

풍경의 뒷모습을 보며 가는 여행처럼, 문장의 끝말은 또 다른 풍경을 열어줍니다. 대상을 밖에 둔 생각과 내면에 질문을 던지는 사유 사이, 마르지 않는 물길로 흐르고 싶습니다. 사이란 주름입니다. 풍경과 풍경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생각과 사유 사이에 꿈틀거리는 주름을 접으며 우리는 날마다 성장하는가 봅니다.

주름은 경계선입니다. 경계가 만들어 내는 깊이를 보는 순간 중년의 내가 보였습니다. 중년, 살아온 길을 갈무리하고 다독여 조붓하게 걸어야 하는 시절입니다. 하여 중년에 만나는 모든 것은 위대한 발견입니다. 그 순간이 때로 생애 최고의 순간이며 또한 마지막입니다. 설령 그것이 오래도록 붙잡고 싶은 희열일지라도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순간이 영원으로 회귀되고 있음을 중년은 읽습니다.

노을이 누운 바다에 달빛을 포개어 보았습니다. 햇빛과 달빛이 만나 일렁이는 바다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볼처럼 붉은 점을 찍습니다. 그 순간 슈만의 머리카락을 빠져나오는 라인강 바람 같은 문장이 온통 나를 흔들었습니다. 사랑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예술 안에서 가난하더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고는 슈만을 선택한 클라라 슈만이 생각났습니다.

정월보름. 포실하게 틈을 만들며 일어서는 봄빛처럼. 오래된 정인이 처음으로 '사랑해' 속삭이듯. 어린 가지 꽃눈 맺히듯 파고드는 보름 달빛이 찰방찰방 물 위를 걸어옵니다. 패인 물이랑마다 달빛이 고입니다. 눈을 깜빡거릴 때마다 그만큼씩 닳아버릴까 싶어 보는 것도 아까운 달밤입니다. 그대, 그 달밤의 달빛으로 내게 찰방입니다.

 

-------------------------------------

수필집 목차

 

김종희 수필집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

 

작가의 말

 

차례

 

1

 

그대 흑심을 감추지 말아요

발치 설화

새벽에 홀로 깨어

석양은 물드는데

시월. 무엇이든 더 할 수 있는 시간

우리 걸어요

해거름에 고인 언어

환승역

 

 

2

 

고맙습니다 그대

그 겨울 쇼팽

그런 사람

노년은 유배가 아니잖아요

순간에 고인 언어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

우리의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화우 흩날릴제

 

 

3

 

그만큼

디오스피로스

여기에서 거기까지

바닥 그 깊은 언어

어떤 숭고

여행의 은유

연희

첫눈처럼

 

 

 

4

 

가려움에 대하여

익숙함에 대하여

별의 사막으로 갑니다

영화처럼 걸어요

은밀하게 내밀하게

접속에서 접촉으로

지독한 틈으로 오는 것

환유에 기대어

 

 

5

 

돈텔마마를 누비던 파밭 아지매들

사람의 이야기 풍경이 되다

쉘위 댄스

웃고 말지요

을숙도 갈 숲이 전하는 말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쟈스민 나무를 심어야겠어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