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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단 소식

이소정 시인, 신작시집 '조바심을 수선하다' 발간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24.11.04|조회수39 목록 댓글 0

부산에서 활동하는 이소정 시인이 신작시집 '조바심을 수선하다'(작가마을)을 펴냈습니다.

 

이소정 시집 '조바심을 수선하다' 표지

 

 

출판사 서평

 

불교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시를 많이 보여주고 있는 이소정 시인이 시집 조바심을 수선하다(작가마을 시인선 68)를 출간했다. 이번 이소정 시인이 펴낸 시집은 지금까지의 시집들과는 문학적 몰입도가 남다르다. 앞서의 시집이 대상에 대한 인식만을 기반으로 두었다면 이번 시집 조바심을 수선하다는 대상의 인식을 지나 시인의 상상력이 가미된 내밀함이 돋보인다. 특히 언어의 오밀조밀함이 몰입도를 더한다. 물론 가벼운 시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과거의 이소정과 현재의 이소정을 구분 짓는 잣대가 이번 시집이 될 것 같다.

이소정 시인은 눈을 뜨지 못한 내 안의 어둠, 깊이 잠재된 내면의 색깔들을 깨운다고 이번 시집의 시 세계를 밝히고 있다. 한편 정익진 시인은 이소정 시인의 시는 현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아의 뿌리를 찾고자 조금이라도 영토를 확장하려는 몸짓을 보여준다.”고 이번 시집을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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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이소정의 시는 현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이의 뿌리를 찾고자 조금이라도 영토를 확장하려는 몸짓을 보여준다. 내면의 일탈을 통하여 지평선과 수평선 너머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자의 발걸음이다. 하늘로 가는 길에 아낌없이 육신을 내어주는 사후가 더없이 숭고하다고 말하며 끊임없이 수행하는 자의 태도를 추구한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끊임없이 벗어난다. 역동적이다. 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많은 것들이 다가온다. 많은 것들을 고민하는 동시에 많은 것들을 털어낸다. 많은 것들로 채우는가 하면 많은 것들을 비워 내려고 애를 쓴다. 진중한 삶의 자세를 견지한다. 자주자주 ‘웃음 코드’가 발동한다. 그의 시편들이 항상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만을 연출하지 않는다. 몸에 맞지 않는 드레스를 입고 굽높은 하이힐을 신고 뒤뚱뒤뚱쫓아가는 코끼리 모습으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소녀다운 감성과 순진무구와 발랄함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어 시를 읽는 재미가 그야말로 쏠쏠하다.

 

-정익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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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약력

 

이소정 시인

시인 이소정은 부산에서 태어나 2008년 《실상문학》으로 등단했다. 부산문인협회, 부산불교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부산여성문학인협회, 해운대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실상문학》 편집장으로 있다. 실상문학상(우수상), 부산여성문학상, 백호문학상, 영남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마른 꽃』, 『칼칼하다』, 『고요는 어둠 속에 자란다』. 『담장너머 포구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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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으로

 

버스를 타고 지하철에서 내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자작나무 숲으로 간다

 

 

 

꼬리표도 없는 가방을 메고 바다로 갈까 아니지 기차를 타고

낯선 별나라로 가야 할까

 

온도가 같은 사람과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도 즐겨야지 식감도

좋고 꼬투리까지 맛있는 빵도 먹어야지

 

매번 텅 비어 꼬리가 잡히지 않는 마음

 

다시 적막이 흐른다 정리 되지 않는 나날들 주변이 심란하다

 

남쪽 지방의 꽃 소식, 중부지방의 폭설로 하얗게 피어난 목화밭,

꽃망울이 터질 듯 웅크린 소식들, 절망하며 익숙한 환상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자작나무 숲으로 간다

 

쓸쓸함이 겨드랑이를 타고 내렸던 무게, 한 빛만큼 커진다

 

빈자리에 꽁꽁 언 발로 내가 엉거주춤 저기에 서 있다

 

구멍 숭숭한 어두운 동굴 안 박쥐가 되기도 한다

 

발길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환승하는 사이, 추억 속에 무엇이

끝이든 홍매화 멍울진 매화타령 번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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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바다는 책갈피를 쉬엄쉬엄 넘겼다

 

뒤죽박죽으로 끓어오른 물을 찻잔에 따른다

가까이 있는 또 다른 틈 사이로 감정선이 흐른다

 

찻잔에 엉겅퀴가 피었다

 

가시덩굴 같은 내 안의 소리를 비집고 뭉그러진다

 

밟지 않아도 물살 무늬가 흩어지는 파도

갈파래 칭칭 휘감은 겨울 바다 해거름

넓은 창에 엉클어진 어스럼을 푼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어제와 오늘이 비뚤어져 흔들리고 있다

 

요 며칠 자주 길을 잃었다 불협화음 같은 혓바늘이 돋았다.

비뚤어지는 건 항상 내 마음이 먼저였다

 

사과밭 언저리 예고편을 바라본다

 

저물도록 선입견과 편견이 파들거리며 튀었다

응어리로 엮은 물방울 떨어지는 흔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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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만나면

 

 

 

활엽수 날개 아래로 초록이 자랐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들이 깃털을 펴더니 활공한다

하늘을 두고 흩어지는 구름도 양 떼들이 된다

 

고요한 환희에 가슴이 벅차올라 숲의 여백에

귀 기울이다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고

나뭇잎들이 춤을 춘다

 

풀숲 향기 내 마음도 설레게 하는 빛깔들

비를 만나면 바람처럼, 비를 만나면 빗방울처럼

숲을 만나면 나도 숲이다

 

나무들은 서로 혼자인 듯 서 있다

 

태양은 서산으로 조금씩 붉은 열기를 내려놓는 노을빛,

언덕을 산봉우리를 뛰어넘고 산등성이 아래에서

오래된 와인을 나눠 마시고 파문처럼 번져오는 노을

 

무한의 빛 우주가 되는 나무들 숲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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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네모 간혹 마름모

 

 

 

구름 사이로 비쳐 보이는 햇살, 가만히 있었으면 좋으련만

 

유리병에 담긴 빨간 장미를 가슴에 달고 빨간 구두를 신으라고 하네

 

가로막힌 벽을 등질 때 달콤한 알사탕 목걸이를 목에 달아 주네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양은냄비 속 같은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모른 척하는 건지,

 

생각이 깊어질수록 블랙홀에 빠져드네

 

초점도 닿지 않는 빛, 볼 수 없는 경계,

 

욕심으로 얼룩진 자리는 올려 다 볼 일, 애초에 없었다네

 

몸에 맞지 않는 드레스를 입고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뒤뚱뒤뚱

쫓아가는 코끼리 모습,

 

세모네모 바코드가 입력되지 않는데 밀물에 썰물이 밀려오네

 

균형을 잃은 목소리로 퉁퉁 튀어 오르네

 

혈압이 상승하였던 마름모꼴 오후는,

 

생각을 담고, 마음을 닮은, 지평선 노을을 딛고 서 있고

 

비뚤 빼둘 그은 선하나 불랙 홀에 빠져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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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에 걸린 가오리연

 

 

 

세월, 여백을 둔 고요

파랑새를 쫓아 꿈을 이루는 이는

얼마나 행복에 젖어 있을까

 

흐르는 달빛

달빛의 마음은 누가 알기나 할까

 

세월 따라 촘촘히 돋아나온 연륜은

수평으로 함께 살면서

깨우침은 얼레질이 부족한가 물음표만 남긴다

생의 한가운데 나부끼다가

오동나무에 걸린 가오리연이 된다

 

흘러간 시간의 궤적에 남은

걸림돌에

안타까운 희망과 절망의 범벅들

가슴에 자란 것들이

나뭇가지에 걸려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바람에 찢겨 흔들린다

 

가장 평범한 것이 진리인 듯

함부로 버린 시간이 아쉬워 한숨으로 돌아눕는

오동잎은 피었다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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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목차

 

조바심을 수선하다

 

1

 

발단

버스를 타고 지하철에서 내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자작나무 숲으로 간다

개와 늑대의 시간

푸른 혓바닥

숲을 만나면

징검다리 건너

변압기

세모네모 혹은 마름모

오동나무에 걸린 가오리연

가로등 시간

곡선

물젖는 소리

비밀

예송리 바닷가

 

 

2

 

공터

함박꽃 여름

은행, 소고

낙타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탄다

서면 문화로 가로길

새벽 물안개에 갇히는 날이 있다

종이 달

편지라도 써 볼까

미포 해변열차

물안개

산자락 달빛

모든 것이 내 중심이었다

서해에 젖어 들다

붓끝을 세워

분홍집, 오월

수국 향연

밤의 요정

 

 

3

 

여뀌꽃, 가을

시를 찾는 빌런

바람 우편함

미루나무

엄마의 기명색

집시의 왈츠를 들으며

별 이야기 아닌 별 이야기

미루나무

통영 벅수

길의 끝은 어디일까

쉼터, 뒷베란다

사십구재를 보며

물만골 도사

한여름밤

티벳이 거기 있었다

천장을 보다

공허

쿤타킨테씨는 날개 없는 천사다

 

 

4

 

12

낙동강, 꽃빛이 아득하다

낙동강, 부풀어진 오후가 가렵다

낙동강, 발길은 쉼표가 된다

낙동강, 몸짓으로 우는 노을

낙동강, 겨울 갈대

칸나

낙동강, 강변길

물안개 상념

여름은 질기고 푸르다

감기

커피 맛으로 일상을 로스팅하다

귀가 예쁜 사람

그런, 그런 것들

그런, 그런 것

팔월 초이레

날개는 돋지않았다

흰나비 되어

 

해설-일탈의 시학, 버스를 타고 지하철에서 내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자작나무 숲으로 간다/정익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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