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죽 미더덕 찜 / 정보경
시어머니 봄이면 동네 뒷산에 올라
마른풀잎 속에 기지개 켜고 있는
참가죽 꺾어 미더덕 찜을 하셨다
온 식구 맛있게 먹는데
나만 빨간 미더덕 찜을 찾으면
한소리 하셨다
나 죽으면 우얄꼬
이 맛난 찜을 못 먹고
빨간 거만 찾으니 우얄꼬 우짜믄 좋노!
가만가만 상치우다
내 대접에 담아진 그 찜 한술 먹으면
미더덕이 들깨향을 품었다
눈을 스르르 감고 또 한술 먹으니
논고동이 살금살금 기어오르고 미더덕이
톡톡 터지는 소리 첫 키스 같다
토란대를 감은 호박밭을 걷자
길 위로 가죽점퍼를 입은
남자가 두둥 두둥 할리를 타고
지나간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