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 시 : 돌샘/이길옥 -
탄 찌꺼기로 얼룩진 얼굴
깊은 주름의 갱도를 따라
탄맥을 더듬던 시커먼 세월이
선홍의 폐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줄
알기나 했을까.
어둠이 매몰된 지하
180m 막장에서 몸서리치는
굴착기의 경련을 팔뚝에 걸치고
앞날의 허기를 메우기 위해 마신 탄가루가
허파에서 탄광으로 되살아날 줄
생각이나 했을까.
두더지 생활 35년에 얻은 진폐증
콜록거림에 딸려 나온 가래가
피 흘림 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서서히 서서히
석탄 되어가는 줄 짐작이나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