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쥐 / 정보경
얼큰하게 취한 손님
매장으로 엉금엉금 들어온다
옆집 동네 술집에서
나 홀로 막걸리 한잔하고
2차로 독일 맥주 사러 왔을까
어디서 한대 얹어 맞기라도 한 건지
잘 걷지도 못하고 뒤뚱거린다
파리채를 잡아들고 저리 가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니 저리로 간다
반가운 까치도 아니고
벵골 고양이 순희도 아니고
하필이면 비 맞은 생쥐인지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뺀질이 서울쥐는 아닌 거 같다
사람 말을 알아들을 만큼
영리한 생쥐가
비를 맞으며 매장 밖으로
밀려 나가는 모습을 보니
간이 부었거나
비 오는 날 파전집에 들어가
술을 한두 잔 얻어 마신 거 같다
다리가 쥐가 나도록 헤매 다니며
정보를 분석하는 스파이는 아닌지
왜 가만히 쥐 죽은 듯 있다
고양이 집을 지나 다시
하수구로 들어갔을까.
비가 오고 막걸리에 파전 생각이
나는 날, 생쥐가 뒤뚱거리며
싸지른 쥐똥은 강둑의
쥐똥나무에 무사히 도착했을까
브라케토 와인에서
은은한
쥐똥 향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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