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시|김윤환
신발의 종점 외
잘 구겨진 신발에는
보여줄 것 없는 바닥이
밖으로 흘러 나와 있었다
이생의 분주함을 남겨두고
홀연히 빠져나간
발바닥의 빈자리에는
닦아도 닦이지 않는 슬픔이
고여 있었다
미처 따라가지 못한 물음표
발목처럼 우두커니 섰고
구겨진 신발에는
눈물의 광채가
이슬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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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설異說
가만히 보면
내가 품은 것들이
나를 찌르고
내가 버린 것들이
나를 향해 웃는다
불이不異가
불火이 되는 밤
이제 그만, 할 때마다
또렷이 혀에 감기는
오래된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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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_ 1963년 경북 안동태생, 1989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 『이름의 풍장』 , 『내가 누군가를 지우는 동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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