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의도 시집 '누가 붙들다.(북인)
흔들리며
허의도
시내버스 맨 뒷자리
퀭한 시선, 일어서는 빈자리
앞자리 빈좌석을 두고
통로 끝 구석탱이에 몸을 반만 기대
흔들리며 간다
브레이크 살짝 밟으면 앞으로 휘청
급출발하면 뒤로 휘청
과속방지턱엔 위로 아래로 출렁인다
살짝 높아서 불편했던 곳
변치 말자던 약속, 내려다보는 그리움
누군 편한 밤으로 순순히 들고 싶지 않으리
숨 가쁜 불면의 시간, 그 세월
비겁한 자야, 갈라면 가라! 한마디에
작별 인사마저 건네지 못한다
누구, 누구누구의 뒷덜미에서 읽어내리는
무표정해서 더 슬픈 얼굴, 얼굴들
간혹 돌아보는 시선 슬쩍 피하다
다시 흔들리는 몸뚱어리
깨진 마음 파편 하나, 툭 떨어진다
정류장을 지나친다 산산이 나뒹구는 조각
돌아보면 쓸쓸한 시내버스 맨 뒷자리
갈 길 붙잡는 그 자리
-시집, 『누가 붙들다』(북인)
허의도|1981년 효원문학상에 당선되었으며 1985년 무크지 《전망》 2집으로 활동하다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이번 시집 『누가 붙들다』는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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