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집우체통

허의도 시집 '누가 붙들다' -흔들리며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11:38|조회수5 목록 댓글 0
허의도 시집 '누가 붙들다.(북인)

 

흔들리며

 

허의도

 

 

시내버스 맨 뒷자리

퀭한 시선, 일어서는 빈자리

 

앞자리 빈좌석을 두고

통로 끝 구석탱이에 몸을 반만 기대

 

흔들리며 간다

브레이크 살짝 밟으면 앞으로 휘청

 

급출발하면 뒤로 휘청

과속방지턱엔 위로 아래로 출렁인다

 

살짝 높아서 불편했던 곳

변치 말자던 약속, 내려다보는 그리움

 

누군 편한 밤으로 순순히 들고 싶지 않으리

숨 가쁜 불면의 시간, 그 세월

 

비겁한 자야, 갈라면 가라! 한마디에

작별 인사마저 건네지 못한다

 

누구, 누구누구의 뒷덜미에서 읽어내리는

무표정해서 더 슬픈 얼굴, 얼굴들

 

간혹 돌아보는 시선 슬쩍 피하다

다시 흔들리는 몸뚱어리

 

깨진 마음 파편 하나, 툭 떨어진다

정류장을 지나친다 산산이 나뒹구는 조각

 

돌아보면 쓸쓸한 시내버스 맨 뒷자리

갈 길 붙잡는 그 자리

 

 

-시집, 『누가 붙들다』(북인)

 

 

 

 

허의도|1981년 효원문학상에 당선되었으며 1985년 무크지 《전망》 2집으로 활동하다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이번 시집 『누가 붙들다』는 첫 시집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