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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향숙 시집, 『울음이 자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죽음에게 시비를 걸다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11:41|조회수6 목록 댓글 0
허향숙 시집 '울음이 자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솔)

 

죽음에게 시비를 걸다

 

허향숙

 

 

무슨 사명이라도 있는 듯

녀석은 나를 피해 다녔다

 

수 년째 녀석을 추격했다

골목에서도

건널목에서도

숲에서도

바닷가에서도

 

녀석은 무덤 앞 대리석 같은 얼굴로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했다

 

어느 날

명부를 들고

초등학교로 들어선 녀석이

 

아이들 합창 소리에

잠시 멈칫했다

 

이때다 싶어

달려가 덮쳤다

 

죽음아 죽음아

날 잡숫고

아이를 내어 놓으렴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시집, 『울음이 자라는 것을 보고 말았다』

 

 

허향숙|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2018년 《시작》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리움의 총량』, 『오랜 미래에서 너를 만나고』, 전자시집 『슬픔은 늙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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