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국 유고시집, 『구름 사내』(푸른사상)
장마
주영국
비 내리네 칠월 장맛비
양철지붕 꿈의 경계를 두드리며
눅눅한 잠 더 깊이 녹아드는
비 내리네 칠월 장맛비
-아무래도 물꼬를 터야겠구나
살아온 날들처럼 쭈글쭈글한
비옷을 걸쳐 입고 아버지,
칠월의 빗속으로 나가신다
어디든 막힌 데는 터 줘야 하는 법이다
그 법을 보이시며 아버지,
막혔던 도랑물 내려가듯 아버지
생의 막힌 숨 내리신다. 비 내리고
칠월 장맛비 가는 길 알고나 가는 건지
젖은 몸 굴려 앞의 지리도 모르는
물은 물대로 법은 법대로 흘러간다.
휩쓸려 함께 흘러갈 듯 아버지,
삽자루 같은 몸 곧추세우며 세상천지
제 갈 길 누가 미리 알고 가겠냐며
또 한차례 칠월의 법法을 하신다
-유고시집, 『구름 사내』(푸른사상)
주영국|1962년 전남 신안군에서 태어나 오월문학상과 전태일문학상을수상했다. 2010년 《시와사람》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2022년 10월16일 타계했으며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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