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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essay

황금련-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는 별처럼

작성자사이펀|작성시간11:30|조회수21 목록 댓글 0

Poem essay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는 별처럼

 

황금련

 

 

 

 나는 오랫동안 그림책이 주는 따뜻한 위로에 매료되어 살아왔다. 그림책이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림책의 깊은 치유력을 몸소 증명해 내는 멋진 그림책 테라피스트들을 세상에 드러내고, 우리 삶의 한 페이지를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어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 첫 여정으로 명상이라는 단어로 내 마음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이선주 선생님을 만났다.

 

 ‘을 뜻하는 세례명 스텔라(Stella)’는 그녀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이름이다. 별은 눈부시게 빛나기보다 어두운 밤, 길을 잃은 이의 곁을 조용히 비춰준다. 그림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은은하게 비추고 싶어 쓴 닉네임은 어느덧 그녀의 삶의 지향점이 되었다.

어른과 아동, 장애 청년들을 만나는 그녀는 그림책과 표현예술 상담을 기반으로 마음을 다독이는 일을 한다. 때로는 참여형 즉흥 연극(플레이백시어터) 배우로서 누군가의 삶을 가만히 경청하고 무대 위에 올린다. 판단 없이 존중받는 경험 자체가 치유의 시작이라 믿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처음부터 그림책이 치유의 언어였던 것은 아니다. 과거 어린이 영어교육 분야의 스토리텔러였던 그녀에게 그림책은 언어 학습과 상상력을 돕는 교육 도구였다. 아이가 어릴 때 TV를 없애며 15년 넘게 종이책을 일상으로 삼아왔지만, 치유의 문이 열린 건 삶에서 깊은 상실을 겪은 후였다. 숨겨둔 마음의 기억에 그림책이 가만히 노크해 온 것이다.

어느 날 성큼 다가온 올리버 제퍼스의 마음이 아플까봐, 빈 의자 곁에 앉은 소녀는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괜찮은 척 살았지만 그녀는 상실의 아픔을 힘겹게 건너고 있었다. 그때 그림책은 마음을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어 주었다. 아픔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깨달은 그녀는 자연스럽게 전문 그림책 테라피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큰 축은 바로 명상이다. 10여 년 전, 그리움이 사무쳐 마음이 슬플 때 그 마음을 다잡고자 무작정 센터를 찾아갔지만 두려움에 신발조차 벗지 못하고 돌아섰던 적이 있다. 그때 그녀가 느꼈을 깊은 아픔과 두려움의 크기는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순례길을 걸으며 걷기 명상을 접하고, 스님께 명상법을 배우며 ? 이거 내가 잘하는 건데! 매일 해왔던 게 바로 명상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한다.

싱잉볼 명상 지도자 과정을 거치며 트라우마 치유를 경험한 그녀는, 명상이 심리학과 신경과학이 입증해 온 과학적 치유법임을 확인하며 더욱 깊은 신뢰를 갖게 되었다. 명상은 감정 조율을 넘어 두려움 앞에서도 마음의 소리를 오롯이 듣는 시간이자, 때로는 '기도하는 시간'과도 같았다고 그녀는 고백한다.

 

 스텔라 선생님의 그림책 사랑은 여행길에서도 이어진다. 바다로 떠날 땐 바다를 닮은 책을, 숲으로 갈 땐 숲을 품은 책을 고르며 책장 앞에 서는 시간이 그녀에겐 최고의 설렘이다. 긴 서사 없이도 ''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그림책은 삶의 가장 친한 벗이다. 최근 홀로 떠난 제주 여행 이야기에서는 그녀 특유의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실제 저는 눈물도 많고 두려움 가득한 '걱정 많은 엄마'예요. 하지만 다행히 제게는 '용기'라는 친구가 있어 가끔 혼자 떠나는 여행에 도전합니다. 이번 제주는 건강 이상 소식을 듣고 아프기 전에 해보자며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이었어요.”

 

 올레길 425km를 걸으며 제주와 사랑에 빠졌다는 그녀의 모습이 여름의 싱그러운 연둣빛 나뭇잎처럼 유난히 반짝였다. 걱정쟁이라 말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을 내어놓고, 기어이 용기를 내어 삶을 껴안는 모습은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그림책 테라피스트로서 그녀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참여자들 사이의 '속도와 정서의 온도'. 심리적 안전감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조언이나 평가보다는 경청과 수용의 분위기를 만든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소신 있게 경청하려 노력하는 그녀의 고민에, 같은 길을 걷는 나 역시 깊이 공감했다. 그녀는 몸의 건강검진처럼 '마음 돌봄'도 일상화되는 사회를 꿈꾼다. 상실과 애도를 겪는 이들에게 그림책은 말 못 할 감정을 안전하게 비춰주는 따뜻한 품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림책 테라피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전한 그녀의 조언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 사람의 삶을 만나고 존중하는 일이니 너무 가볍게도, 너무 어렵게도 접근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무엇보다 자신이 먼저 그림책으로 위로받고 치유되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스스로의 슬픔을 수용해 본 사람만이 타인의 슬픔 곁에 가만히 머물러 줄 수 있으니까요. 그림책 한 권이 당장 삶을 바꾸진 못해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건네고 잃어버린 자신을 만나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스스로의 슬픔과 두려움을 다정하게 얼싸안으며 용기 있게 삶을 건너온 그녀의 따스한 마음과 단단한 내면이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의 곁을 조용히 비추는 별처럼, 그녀의 따뜻한 빛이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다정하게 닿기를 희망한다.

 

 

 

 

 

 

*그림책 테라피스트: 어른들이 함께 모여 그룹 프로그램 형식으로 다양한 그림책들을 경험하는 시간을 이끌며 그림책을 고르고 질문을 만들고 낭독해 주는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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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련(필명:구르미)2020년 에세이집 봄날의 엄마로 작품활동을 시작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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