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지-사실/조혜은

작성자양재건|작성시간26.06.14|조회수18 목록 댓글 0

-이면지-사실/조혜은-


  내가 가고나면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겠죠
  웃음도 깨어지고 일은 끝나고
  믿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니까요

  다치고 난 뒤의 마음은 아무리 달래도 가라앉지 않겠지만

  보고 싶다
  몸의 부위를 제외하고 발음되는 그리움은 너무 간절해서
  무료함도 얼굴도 너의 골목도 이름도 머금고

  좋은 사람들이 모두 가난한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세탁소 앞에 걸린 깊은 빛깔의 반짝이 드레스 같은 것들을 본 날이면 몸이 좋지 않았어요.
  천사의 노래를 훔쳐 들은 것처럼 허락되지 않은 고해성사를 마치고 싶었어요 죄를 지을 두

손을 허락하소서

  나를 생각해 나의 운동화 끈을 자주 풀어지게 만드는 사람
  나를 가장 친절한 사람으로 보아주는 사람 나를 수줍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에게 나는

친절하고 수줍은 사람이었어요

  나는 지겨운 사람이었어요

  종이 뒤에 숨겨진 아이들
  바스라지고 작고 마르고 뜨고 짠 아이들

  막힌 코를 들이마시며 훌쩍이고 나면
  매일의 부스러기를 닦고 나면
  나는 지독함에서 점점 더 멀어졌어요

  죄를 반죽해 부풀린 빵 조각이 욕실 바닥에 떨어지면 가난한 아이의 잘린 손가락 같았어요
  다치고 난 뒤에 나는 그 골목에는 없는 노래입니다

  혼자 마음을 키웠어요 돌연변이처럼 사랑하지 않는 짝사랑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면 나는

더 잘 넘어질 수 있었어요

 

-詩 전문 계간지 『포엠포엠』 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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