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칼바위 능선 산행기
오늘은 북한산 칼바위 능선을 목표로 산행에 나섰다.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 보니 오전이 금세 지나가고 오후가 되었다. 어제 내리던 비가 그치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이 보였다. 북한산을 오르지 못한지가 몇 주가 되었다. 연말을 앞두고 주말에 행사가 연이어 생겼고 다른 곳을 찾아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다시 북한산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마음속에 설렘이 일어났다.
1시 21분 정릉 탐방지원센타 입구를 지나 산행을 시작했다. 길옆으로 흐르는 개울물이 시리게 보였다. 겨울이라 수량이 많이 줄어 있었다. 평평한 길을 가다보니 첫 번째 다리가 보였다. 몇 년 전 그 앞에서 계곡을 올려다보며 그림을 그렸던 때를 떠올리며 지나갔다.
다리를 건너 완만한 오름길을 올랐다. 이 길도 많이 다녀서 목적지인 칼바위 능선의 목정 장소까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지고 있었다. 오를수록 점차 길이 가팔라지고 모가 난 바위들이 깔려서 조심하며 지났다. 얼마 전에 만났던 지방사는 분이 “북한산 산길은 다 가파르고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 말처럼 북한산 산행은 녹녹치가 않아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사기를 오르며 앞쪽 하늘을 보니 낙엽을 다 떨군 나무들이 보였다. 봄철에 신록이 피어날 때는 특별히 환희로운 느낌이 들지만 긴 겨울을 벌거벗은 채 지나게 되는 나목의 모습은 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추운 겨울을 견디는 애틋함과 함께 텅 빈 모습에서 사색이 불러일으켜진다.
능선을 넘어가기 전 고갯마루에 있는 쉼터에 도착했다. 배낭을 벤치위에 올려놓고 웃옷을 벗어 배낭에 챙긴 다음 고개를 넘어 완만한 길을 걸어갔다. 날씨가 맑아서 기분이 상쾌했다. 기온은 낮은 편이었다. 한참 걸어가 맨 위쪽 다리에 도착했다. 보국문과 칼바위능선 갈림길이다. 거기서부터 칼바위까지는 1,3Km가 남아 있었다. 거기서 좌측으로는 보국문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칼바위능선 가는길
김석환
칼바위 능선에 서면
북한산의 빼어난 경치가
오롯이 나타난다
그 모습을 보려고
안식의 계곡을 지나
험한 산길을 묵묵히 오른다
삶에서 무언가
염원하는 것을 만나려면
수계의 연비처럼
고행을 견뎌야 한다...
천축을 오가는
수행자의 발걸음처럼
발자국 흔적이 나 있는
좁은 산길을 따라
돌부리에 채이고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쌓여가는 고단함을 참아야 한다
산에 들면
문이 있다고
다 훤한 길이 있는 건 아니다
저 위 산성 대문으로 이어진 길도
비좁고 험난하기는 매한가지
천상같은 풍경 마주하려고
모로 날이 선 벼랑바위 이어선
칼바위능선을 오른다
개울을 건너 완만한 길을 가다 개울건너부터 가파른 오름길을 지나갔다. 저 위쪽으로 트여 보이는 능선까지 오르는 길이 지그재그로 에둘러 나 있다. 한참을 지나 회양목 군락에 도착했다. 우측 나무 사이에 옹달샘이 보였다. 샘 입구를 돌을 쌓아 단정히 만들어 놓았는데 언제부턴가 음료불가 판정을 받아서 폐기상태이다. 전에는 오고가는 길손의 목을 축여주는 귀한 물이었을 것 같다. 회양목 터널을 지나가니 바로 앞 나무 밑동에 말라비틀어진 흰 버섯이 보였다.
그 고을 지나 바로 위쪽에 축대가 있는 곳을 지났다. 오래전 이 곳에 집이 있었던 것 같다. 잠시 후 능선에 올랐다. 거기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도시풍경을 바라보며 좌측으로 칼바위 능선에 다가갔다.
잠시 후 능선 초입에 도착했다. 이곳을 지나는 데는 험한 암릉구간이 3군데가 있다. 첫 번째 구간에 접어들었다. 난간을 잡고 몸을 당기며 좁은 바위틈으로 빠져 나갔다. 잠시 후 두 번째 암릉구간 앞에 당도했다. 날선 바위가 많은 곳이다. 그 위에 당도하니 한분이 기다리다 내가 오른 후 내려갔다. 다시 3번째 마지막 암릉 앞에 도착했다. 이곳이 칼바위능선에서 제일 험한 구간이다. 한손에 화판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 난간을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위쪽에 당도하니 한 분이 뒤돌아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완만한 길을 가다 다시 봉우리로 오르는 암릉에 다가섰다. 위쪽에 두 분이 서 있었다. 인사를 하니 지나오다 한사람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조금 전에 사진을 찍던 분을 가리키는 말 같았다. 오면서 보았다고 알려주었다.
2시 41분 목적지인 칼바위 능선 봉우리에 도착했다. 자주 와서 마치 내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먼저 사방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경탄스런 광경이 다시 펼쳐보였다. 이 모습을 보려고 온 것이다. 올라올 때는 힘이 들지만 오르고 나면 언제나 보람을 느낀다.
바람이 불어 매우 추웠다. 바위 위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가 난감하게 느껴졌다. 참고 견디며 화구를 펼쳤다. 오늘은 연필 스케치와 작은 수채화를 그리려고 준비해왔다. 먼저 수채화를 그렸다. 붓이 지나자마자 종이에 칠한 물감이 얼어 난감했다. 밑그림처럼 전체적인 윤곽을 그린 후 볕에 말리고 연필 스케치를 시작했다. 앞의 소나무가 커서 시야를 가렸다. 일어서서 보면 제대로 보였다.
한분이 올라와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해가 짧아서 금세 기울어가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드문드문 지나갔다. 다시 한 사람이 올라왔다. 그리는 것을 보면서 오늘 다 그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종이가 커서 마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해 저물 시간을 의식하며 빠르게 그려나갔다. 익숙한 풍경이고 많이 그리다보니 그 사이 그리는 것도 나름 더 익숙해진 것 같았다. 우선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 좋아져서 주저 없이 그려나간다. 사물의 균형감이 더 익숙해진 것 같다. 필선의 기운을 살리며 거침없이 그려 나간다. 겨울 산행에서는 특별한 감각을 느낀다. 앙상한 가지가 텅 빈 나목이 쓸쓸함을 풍기지만 그것이 정신을 맑게 해 준다.
한참 후 화판을 세워놓고 점검을 했다. 더 손을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추위를 참고 올라온 보람이 느껴졌다.
해가 보현봉 뒤로 지고 있었다. 능선 위로 노을이 지다 점차 산이 어둑해지고 있었다. 4시 53분 하산을 시작했다. 익숙한 길이어서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 5시 42분 정릉탐방지원센타 밖으로 나와 산행을 마치고 귀가했다.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