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펜을 잡기가 두렵고 책상에 다가서기가 넌더리나는 경우가 있다. 모니터 앞에 앉기도 겁나며, 책장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고통일 때가 있어, 알 수 없는 파괴의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아니 그곳으로의 접근을 한사코 외면한다. 괜한 증오와 환멸에 휩싸여 냉혹한 저항으로 태도가 바뀌지만, 지나고 보면 어느새 자라난 망상의 종양이 기를 쓰고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주제넘게 완벽한 문장을 갈구해, 터무니없이 음산했던 과욕의 그림자를.
그대는 거기에 고무되었는지 아니면 무슨 분발해야할 이유에선지 길을 걸었고, 그 발병은 간혹 지금까지도 이어지다 끊기곤 했다. 아! 우리에겐 그 얼마나 많은 풍부한 문화적, 지적 유산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지. 책을 읽어라. 책을 읽어라. 거기에 길이 있다. 되도록이면 새벽에 창문을 열어놓고 소리 내어 읽어라. 그러면 아침이 밝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