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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람을 보다
유랑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다
인류의 시원과 더불어
직립을 하게 된 때로부터
여기에 이르기까지
방랑의 내력은 진실로 길고도 길다
문명의 태동과 이어져
생각을 갖게 된 때로부터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리하여 인류의 족적에
유랑은 일편, 직렬적 축적이며
방랑은 일엽, 병렬적 확장인 것을
현대인은 누구나 예외 없이
유랑과 방랑의 자식이어서
좀체 슬퍼 말고 떠다닐 것이며
말뚝 박고 깃발을 꽂을라치면
낯선 길에서 응시하던 바람결을
결연하게 구현할 일이다
작성자
국제평론
작성시간
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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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시>
동기가 있었으니
봄밤이 이렇게 구슬픈지 몰랐다
그렇다고 가을밤이 그랬다는 게 아니다
내겐 다행히 사춘기가 없어서
시인의 결격사유도 되겠지만
의문을 사랑한 시기가 있어서
이리 밤과 낮 가리지 않고
구슬픈 봄밤의 영감과 조우하며
마르지 않는 시와 살 수 있나 보다
이도 팔자라면 고마운 운명이니
난 복무하며 이에 기상을 떨치리라
작성자
국제평론
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 작성시간
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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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좋으면 인향님 가지세요.~.
작성자
국제평론
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 작성시간
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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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대단하십니다~
작성자
인향만리
작성시간
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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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시>
보이다 보이지 않는 까닭
연꽃 안에는
숨도 있고, 풍경도 있고
공양도 있고, 일주문도 있고
쇠꼬챙이도 있어서
다시 말하여
연꽃 속에는
종도 있고, 죽비도 있고
먼지도 있고, 용광로도 있고
천길 벼랑도 있어서
있는 거란 다 있고
없는 거란 다 없어서
거듭 말하자면
있는 것들은 벌려서 끌어안고
없는 것들은 오므려 놓아주니
삼라와 만상을 찾아
굳이 다가설 일도 아니요
등 돌려 멀어질 일도 아닌 것을
그대로 두는 게
품어주고 풀어주는 일이라서
이 세상 절집이란, 때로
외딴섬이 됐다 난장법석도 되는 거다
작성자
국제평론
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 작성시간
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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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꼭 가을밤 같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 찌고
쇠스랑 삼태기 놓고
읽는 책마다 쑥쑥 들어오고
달은 어이 푸르러
일없이 너그럽게 하고
여기가 고향이든 타관이든
아무 근심 없게
실없이 벙그러지게 하고
고즈넉한 나의 분발만 있어
한 밤을 지샌다 해도
어찌 꼭 가을밤 같은가
작성자
국제평론
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 작성시간
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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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서
인류가 가는 길엔 유독 흔적이 남느니 따라서 인류는 생과 사를 통하여 찰나와 영속의 여정에 놓인 긴 강을 거듭하여 무심히 흐르는 것이리라
작성자
국제평론
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 작성시간
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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