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맑스야 손사래 치겠지만
체 잡고 가루를 치면
함지박이 봉긋 솟는 걸 보았다
거기엔 곱게 빻은 팔뚝의 수고에 앞서
쌀 팔은 허기진 노동에 앞서, 이래야
가래떡 백설기며 시루떡이 되어
제상에 올리고, 문간에도 던져놓고
사람 입으로 들어간다는
유구한 생활의 지혜뿐만 아니라
대물림 내린 세시풍속의 의례가 비꼈다
그 정갈토록 고단한 정신이
함지박에 봉긋 솟고는 불 지펴야
수고로운 팔뚝소매를 걷고
주름 진 노동의 바짓가랑이를 올리고
마른침 꿀꺽 삼켰으며
오순도순 둘러 한 입씩 물고는 오물거렸다
거기에 어찌 벙긋한 웃음은 없었겠나
세상이란 이렇듯 정신 거르듯 가지쳐오다
이 몹쓸 물신(物神)의 골목까지 떠밀려왔다
작성자 시사평론 작성시간 17.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