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윤수의 「없는 바깥」 감상 / 김보람 없는 바깥 사윤수 바깥은 언제나 나가야 하는 곳인 줄 알았지 안 나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러고 보니 바깥에 나가 다닌 지도 꽤 오래되었군 저토록 크고 넓은 바깥은 누구를 안아주지?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가져오지 못한 날 때로는 바깥에서 겨우 빠져나오기도 해 바깥에서는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비용이 들 때가 있어 어느 바깥도 공짜는 없지 한껏 치장을 하고 나가서는 들이받히고 넘어지곤 부서진 심장, 심장의 위치에서는 손가락도 바깥 바깥이 따라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갔어 창밖을 보다가 김치찌개를 태웠지 단풍이 끓어 넘쳐 검붉은 단풍이 한 냄비야 숯검정이 된 계절 바깥의 바깥에 바깥이 쏟아진다 떼어낼 수, 없는 바깥 바꿀 수 없는 먼 길이 생겼다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 .......................................................................................................... 사윤수의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는 감각이 작동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이 시집에서 감정은 발생하거나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통과한 이후의 상태로 나타난다. 시적 대상들은 안과 밖의 구분을 무력화하며,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비로소 모습을 얻는다. 시인은 사물의 침묵 속에서 생명력의 잔열을 길어 올린다. 낡아가는 것에 깃든 잔관을 밀고 당기듯 시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경계의 불가능성은 「없는 바깥」에서 선명하게 감지된다. 시인에게 ‘바깥’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주체 안에 자리잡은 압력으로 기능한다. 외부를 향해 나아갈수록 대상은 모호해진다.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물음은 익숙함 속에 스며든 낯섦을 환기한다.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비용이 들 때가 있어”라는 구절은 세계가 경험의 장이 아닌 지불과 소모의 조건임을 가리킨다. “심장의 위치에서는 손가락도 바깥”은 안팎의 구분을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중심을 잃은 존재는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며 흔들린다. 이 균열은 일상의 장면 속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문을 잠갔어”라는 차단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단풍이 끓어 넘쳐 검붉은 단풍이 한 냄비야”라는 대목에서 풍경은 생활의 안쪽으로 번져 들어와 감각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모르긴 해도 빈 몸으로 오는 건 분명하다”(「폭우」)라는 말처럼, 바깥은 어떤 형상을 지닌 채 도착하기보다 비어 있는 상태로 밀려든다. 결국 “떼어낼 수, 없는 바깥”이라는 선언은 주체를 에워싼 실존적 조건으로 남는다. 이때 사유의 틀은 더 이상 자족적인 체계로 머물지 않는다. “사유는 ‘타자’를(손님을), 지고의 권위로 사유하고, 다른 문제의 검토로 넘어간다. 그러나 때로 사유는 무장 해제되고 만다. 이처럼 풀림의 상태에서 세계는 외부를 벗어나 내부로 침투한다. —계간《가히》 2026 여름호 사윤수의 시집 서평, 부분 ---------------------- 김보람 / 1988년 경북 김천 출생. 고려대에서 문학박사 학위. 2008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조 등단. 시조집 『모든 날의 이튿날』『괜히 그린 얼굴』『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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