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김성신 몸에서 탄닌 맛이 납니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쥐면 사라지는 학수고대입니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일가 이룬 민달팽이를 9층에서 지상으로 팽개친 죄입니다 다시 묻습니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째깍째깍 수수방관 사건을 벌이는 발단입니다 전라의 광합성으로 눕습니다 사라진 손끝으로 파리를 쫓거나 위장술에 능한 분장에 숨기도 합니다 움푹 들어간 허리 없어 분란이 잦을 땐 혀는 잠그는 것이 좋아요 빈틈없이 술수는 이곳에서 매일 살아나려 파동중이죠 몸통 불린 수가 산란을 시작하면 구름을 정차시키지 못합니다 간밤의 질주처럼 어린 수를 물고 직진하려는 습성 때문입니다 무릎이 사라진지도 모르고 넘지 말아야 할 곳을 넘어서면 뒤틀린 서열은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동정으로 휩쓸리는 세상에서 앙칼진 목소리로 ‘아직’을 주장하며 무리수로 발견되는 숱한 일들 누군가 나의 망막에서 묻어둔 얼굴을 수소문할 때 빅뱅은 하강을 거부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란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소설 한쪽 눈을 감은 채 꽤 멀리 떠밀려온 우리가 사라지는 세계 간혹 의심 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그림자를 붙들어 ‘지금’이란 유속에 맞춰 분열하는 것도 내가 벌떡 일어나 살아나는 한 방법이에요 ―계간 《시와징후》 2026년 여름호 ---------------------------- 김성신 / 전남 장흥 출생.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등단. 광주대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문학박사. 2022년 시집 『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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