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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옷소매에 붙이고 (외 2편) / 석민재

작성자김도솔(김동희)|작성시간26.06.11|조회수28 목록 댓글 0

추위를 옷소매에 붙이고 (외 2)

 

   석민재

 

 

죄를 아무 데나 뿌리고 다니네

입에 들어가는 떡이 최고지

 

서쪽에 천국이 몰려 있다는데

다니는 곳마다 객지 같아

 

하늘을 쪼개야 겨울 또는 얼음

이 나이 되도록

성한 단추 하나 없이

 

옷자락을 구기면 길동이라 부르고

번쩍번쩍

하얀 이빨로 이야기를 물어뜯고 다니네

 

어떤 마당에서 오늘치

매를 부르나 매를

안부 물어주는 하느님도 쉬는 날인데요

 

맨 하늘만 쳐다보고 있네

구원은 어디 갔나

 

멍청한 귀신

돌 위에 돌도 백 년 올려야 궁전이 된다는데

십 년 닦은 시만 산발한 머리만

 

 

 

끝물의 은유

 

 

 

몇 번을 놓쳤는지

몇 사람을 떠나보냈는지

 

한때

앞줄에 서 있던 것들이

뒤로 물러나고

복숭아가 물러지고

 

끓일수록 줄어드는 장국

시간이 진하게 우러난 시간

관계가 줄고

 

함부로 대하지 않은 사람 몇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던 순간

 

다 읽고 덮은 책 위에 손 한 번 더 얹으며

말하다 만 사과를 다시 꺼내

이어 붙이려는 저녁의 대화

 

복숭아가 물러지고

아이를 재우고 돌아선 부엌

벌레에게 시달린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남는 이름

 

 

 

 

 

 

노래 들을 때는 노래만 꽃은 꽃만

 

얼굴에는 얼굴만

이건

집중좋게 끝나야 하는

 

거죽과 안의 집착이라면

서로에게 남기는 편지

친애하는 나의 애인들은 맨날 과거형

 

쏜살같이 불빛이 지나는 마을에

산불 조심 방송이 이명산을 넘어가는 순간에

 

꽃이 핀다

 

입술과 입술만 없는 그림과 너 안에 너 안에 너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고통받는 이유 있다

 

화려한 과거와 힘겨운 미래가 있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사소한 것이어도

건강한 사람이 슬픈 장소를 찾아다니는 원인을 몰라도

 

천 번이어도

 

분홍은 분홍만

 

불과 몇 초 사이의 하얀 기분이어도

최후의 약한 색으로 괴로워해도

 

걸을 때는 걷는 것만

 

 

 

            —시집 친애하는 나의 애인들은 맨날 과거형』 2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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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재 / 1975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 하동에서 성장했다. 2015년 시와사상》 신인상, 201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시집으로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그래라일락』 공동시집 시골시인 K산문집 어쭈구리 야구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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