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바르게 하기』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지도/황봉학 시인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출처 : 『정본 윤동주 전집』(문학과지성사, 2004. 7), 120~121쪽.
<참고본> 『윤동주 자필 시고전집』(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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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끼리 두 손을 잡고……」는 가수이며 방송인인 박인희의 노래 일부분이다. 그녀는 한 시대를 노래로 주름 잡았으며 현재도 우리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사가이며 작곡가이기도 하다.
방송인으로서 인기 절정인 그녀가 들려주는 낭랑한 시낭송은 당시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시를 더욱더 가까이하게 했고 시낭송도 노래만큼이나 매력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당시는 시낭송이 아주 고급문화였으며 처음 시낭송회가 열릴 때만 하여도 사회 지도층이나 시를 직접 지은 시인이나 가수나 성우 같은 방송인들이 낭송하여야 하는 줄 알았으며 일반인들이 시낭송을 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었다.
그때 박인희 가수의 목소리로 들려주던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와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은 밤을 새워 들어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했었다.
오늘도 필자는 시낭송 강좌를 기다리는 분들을 위하여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듣다가 옛 추억에 잠시 젖어 보았다.
하지만 우리가 따라 배우고 닮고 싶은 그녀의 낭송에도 오류가 있음을 알고 무척 당황하였다.
'아슬히’를 ‘아스라히’로,
<'아슬히'는 국어사전에 '아찔아찔할 정도로 높거나 낮게'로, ' 아스라이'는 '보기에 아슬아슬할 만큼 높거나 까마득할 정도로 멀리'라고 설명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아스라히'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다. '아스라이'가 맞는데 많은 낭송가가 '아스라히'로 낭송을 잘못하고 있다.>
‘내 이름자를 써보고’를 ‘내 이름자 써보고’로,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을 ‘나의 별에도 봄이 돌아오면’으로 낭송이 되고 있었다.
박인희의 낭송 외에도
‘아직 나의 청춘이’를 ‘아직도 나의 청춘이’로,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로,
‘프랑시스 잠’을 ‘프랑시스 잼’으로
‘버리었습니다’를 ‘버렸습니다’로,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을 ‘나의 밤에도 봄이 오면’으로, 또는 '나의 별에도 봄이 돌아오면'으로
‘풀이 무성할 게외다’를 ‘풀이 무성할 거외다’로 낭송하는 분들이 있었다.
몇몇 분이 완벽에 가까운 낭송을 하나보다 하고 계속 들어보니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를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로
‘언덕 위에도’에서 ‘언덕’을 ‘어언덕’이라고 장음으로 발음하여 안타까웠다.
이 시에는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하고 ‘어머니’가 두 번 ‘어머님’이 두 번 언급된다. 이것을 구분하지 못하여 ‘어머님’을 ‘어머니’로 낭송하는 분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어머니, 어머니’ 하고 연속 나오는 부분에는 쉼표가 있다. 이 쉼표를 지켜주어 여유를 남겨야 하고 처음 ‘어머니’는 조금 강음(악센트)으로 발음하고 뒤의 어머니는 약음으로 발음하는 것이 좋다. 두 ‘어머니’를 똑 같은 어조로 하지 않도록 주의 하여야 한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보면 영상과 배음을 깔고 원문을 같이 올린 것과 행사에 초대되어 낭송된 것 그리고 대회 등에서 낭송된 것이 올라온다. 행사 중 낭송을 하거나 대회 때 낭송을 할 때는 원문을 다 외우지 못해 실수한다손 치더라도 영상제작을 할 때는 신중하였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낭송을 처음 배우는 분들은 우선 이 영상들을 먼저 보고 듣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터넷 영상으로 낭송을 따라 배우는 분들은 따라서 하기보다 참고로 하고 꼭 시집을 찾아서 원문 확인을 하고 고저완급이나, 강음과 약음, 고음과 저음의 구분과 완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낭송자는 시인이 표기한 부호 하나하나에 충실하는 것이 좋다. 쉼표 하나도 시인은 소홀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과 연은 충실히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시인은 시행을 중시하여 시의 행을 정하거나 율행을 중시하여 행을 정하기도 하므로 시행으로 된 시는 낭송자가 시의 뜻을 잘 파악하여 쉬는 곳을 정해야 하고 율행을 중요시하여 쓴 시는 이미 시인이 율행을 구분해 주었기 때문에 율행을 지키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시행으로 된 시나 율행으로 된 시라도 낭송도 하나의 예술이기 때문에 낭송자는 또 다른 작곡가가 되어 낭송함으로써 시인의 시가 오도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발음상 주의할 곳은 ‘까닭입니다’는 ‘까달김니다’로 ‘흙으로’는 ‘흘그로’로 발음한다.
표준 발음법 제14항 겹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하는 경우에는 뒤에 있는 것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이 경우, "ㅅ"은 된소리로 발음함.)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시는 다른 시들보다 연별로 행수의 변화가 많다. 2행, 4행, 5행, 6행 그리고 산문체로 된 것으로 아주 다양하다.
그만큼 행수에 따라 전혀 다른 호흡으로 낭송할 수 있고 이 행의 혼재가 시어들과 어울려 색다른 리리시즘을 만들고 있음을 낭송자는 알아야 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 가득 / 차 / 있습니다.
나는 /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 다 /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1연과 2연은 들머리라 호흡을 끊어서 낭송해도 되지만 3연은 끊어서 낭송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렇게 끊어 낭송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변별력이 없어 듣기에 거북하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제4연에서 ‘별 하나에…’하고 연달아 여섯 번 헤아리는 것을 낭송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읊는 분이 많은데 더러는 붙이고 띄어서 낭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5연은 산문체이므로 다소 속도감을 가지고 낭송하는 것이 좋다.
<제5연에 나오는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했던)'에서 '했든'은 잘못된 표기법이다. '던'은 과거형 표기고 '든'은 미래형 표기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의 육필 원고에는 '했든'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런 부분은 비문이 되기 때문에 '했던'으로 고쳐 낭송하는 것이 좋다. 발음은 '핻떤'으로 발음된다. 참고로 '아이들의 이름과'에서 '이름'도 시인의 육필 원고에는 '일흠'으로 표기되어 있다. 고어이기 때문에 참고 바란다.>
[이 시에는 아주 재미있는 낭송 부문이 있다]
제5연에는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라는 부분이 있다. 인터넷의 낭송을 대부분 다 들어보는 필자는 재미있는 낭송을 들었다. 꽤 알려진 여류 낭송가였는데 본인은 고저완급을 구사하느라고 '패, 경, 옥'을 '패, 경옥'이라고 하나는 띄우고 뒤의 둘은 붙여서 낭송하였다. 이렇게 되면 윤동주 시인은 '패, 경, 옥'이라는 세 사람의 소녀를 언급했는데 낭송이 잘못되는 바람에 '패 경옥'이라는 하나의 소녀가 되고 만다. 이 이국 소녀들은 '패'라는 소녀와, '경'이라는 소녀와, '옥'이라는 소녀, 세 명의 소녀로 분명하게 무대에 등장을 시켜주어야 한다.
이처럼 시낭송은 쉼표 하나를 무시하게 되면 엉뚱한 시로 만들어 시인의 의도는 사라지고 다른 뜻의 시가 되어 버린다.
마지막 연은 소나타의 마지막처럼 고조시켜 낭송하였으면 싶다.
이 시는 길이도 길고 행수의 변화가 많으므로 여러 사람이 나누어 낭송하는 윤송 또는 퍼포먼스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낭송의 실제]
별 헤는 밤 / 시 윤동주, 낭송 ○○○.
별ː 헤ː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계ː저리 지나가는 하느레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가을로 가득 차 읻씀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나는 아ː무 걱쩡도 업ː씨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 가을 소긔(게) 별ː드를 다ː 헤ː일 뜨탐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 가슴쏘게 하나 둘ː 새겨지는 벼ː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이제 다ː 몯ː 헤는 거슨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 쉬이 아치미 오는 까달기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 내일 바미 나믄 까달기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아직 나의(에) 청추니 다ː하지 아는 까달깁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ː 하나에 추억꽈
별 하나에 사랑과
- 별ː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ː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 별ː 하나에 동ː경과
별 하나에 시와
- 별ː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별ː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 어머님, 나는 별ː 하나에 아름다운 말ː 한마디씩 불러 봄니다. 소ː학꾜 때 책쌍을 가치 핻떤 아이드릐(레)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ː국 소ː녀드릐(레)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ː지배드릐(레) 이름과, 가난한 이욷싸라드릐(레)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이늬(에) 이르믈 불러봄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 이네드른 너무나 멀ː리 읻씀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 벼ː리 아슬히 멀ː드시,
어머님,
-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 그리고 당시는 멀ː리 북깐도에 계ː심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 나는 무어신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 이 마ː는 별ː삐치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 내 이름짜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 흘그로 더퍼버리얻씀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 따는 바믈 새워 우ː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 부끄러운 이르믈 슬퍼하는 까달깁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 그러나 겨우리 지나고 나의(에) 벼ː레도 보미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드시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 내 이름짜 무친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자랑처럼 푸리 무ː성할 게외다.
출처 : 『정본 윤동주 전집』 (문학과지성사, 2004. 7), 120~121쪽
- 황봉학 시인, 시낭송 교육자. <010-8852-6601>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무화과 작성시간 19.01.02
낭송에 묻어나는 음성도 낭송 할 때의 자태도 평소의 언행에서 묻어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이겠지요?
새해첫날에 접하는' 별 헤는 밤 ' 시낭송 바르게 낭송하기 ...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새해에도 신의 축복이 황봉학 시인님과 작가사상에서 수고하시는 여러선생님들께도 함께 하시길 두손모아 기도드립니다.
늘 감사합니다. -
작성자미진화리 작성시간 19.01.02 대단한 청력이며 섬세한 관찰이에요 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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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국화 작성시간 19.01.03 새해 인사 드립니다
유명한 시라 무심코 들어는데 공부가 많이
되었고 정말 유익한 시간있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고맙습니다 ~ ! ! -
작성자풀빛님 작성시간 19.01.11 헉, 아슬히는 바로 지금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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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행복찾기 작성시간 20.10.13 꼼꼼하게 정리 해 주시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