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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솔시인추천시

그릇 / 안도현

작성자김도솔(김동희)|작성시간26.06.09|조회수30 목록 댓글 0

그릇


안도현



1
사기그릇 같은데 백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담아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ㅡ시집『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창비.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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