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꽃
이중도
쑥으로 곰털 깨끗이 털어낸 색시가 살고 있을까
연꽃에서 걸어 나온 심청이 살고 있을까
아담의 갈비뼈 갈아 빚은 백자 항아리가 살고 있을까
양치기 아벨의 젖니가 살고 있을까
물거품에서 갓 태어난 여신의 옹알이가 살고 있을까
첫새벽의 태반에서 싹 튼 해무가 살고 있을까
추석 밤이 주조한 금화가 살고 있을까
참선하는 호심이 살고 있을까
무인도가 낳은 지아비도 없이 낳은
잔털 보송보송한 송충이가 살고 있을까
물개가 낳은 반질반질한 몽돌이 살고 있을까
장대비가 밤새워 비질한 맑은 아침
참깨꽃 환한 동글 속으로
원자력발전소 한 채 사라진다
ㅡ시집 《섬사람》푸른사상.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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