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만 돈다
/ 박건호
내가 굴렁쇠를 굴리면
네가 감기어서 구르고
네가 고무줄을 뛰면
내가 묻어서 뛰고
마음 잔잔한 양지 쪽에
웃음이 오고 가던 봄날을
신이 주던 운명의 잔에
철철 넘쳐 흐르던 우리들의 유년은
이제 때가 묻었는데
꽁꽁 얼음판을 미끄러져 달리던 달리던
거침없는 꿈이여
산너머 그 너머로
순하디 순한 즐거움을 둥둥 떠 나르던 종이연은
아주 실이 끊어지고
추억의 기슭에 너를 묻어둔 채
다시 팽이를 돌리면
무심한 세월이여 헛바퀴만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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