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연출일기 (읽기)

러브하우스 연출후기, '신림동 보라네'

작성자김민식|작성시간03.12.08|조회수504 목록 댓글 0
러브하우스를 만들면서 가장 힘든 일은 사연의 주인공을 찾은 일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을 어떻게 선정하는가는 보는 이마다 다른 기준이 있겠지만
신림동 보라네 사연을 접수하고 처음 방문했을때, 저는 세 가지를 보고
'아, 이 집은 꼭 러브하우스를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첫째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보라였구요.
몇년전부터, 아버지의 교통사고, 어머니의 발병과 타계...
나쁜 일만 겪었던 보라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그 좁은 방 구석을 지키고 있는 낡은 피아노였습니다.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피아노를 이제 새로운 환경에 옮겨주고
어머니의 꿈을 보라가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싶었지요.

셋째는, 신축건물들 사이에 홀로 서있는 오래된 한옥입니다.
8평밖에 건평이 나오지 않는 이 집을 새로 지어줄 건축업자는 없구요.
너무나 작은 집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독특한 러브하우스가 나오겠다 싶었지요.

자, 이제 사연을 찾았으니 초대 손님과 디자이너를 선택해야지요.
저희는 보라가 가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주실 분,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워주실 그런 따뜻한 어머니상을 찾았는데요.
운좋게도 브레인 서바이버를 만드는 유호철 PD가 MBC 엘리베이터에서
FM 라디오 진행차 오신 최명길 님을 만난겁니다. 이런, 대박 행운이!
쇼 프로에는 잘 안나오시는 분이지만, 러브하우스는 종종 보셨다는군요.
저희 코너의 취지를 아시기에 선선히 출연을 승낙해주셨지요.
(선임 PD들이 코너를 잘 만들어둔 덕에 저같은 후임자는 이런 무임승차도 하지요, 헐헐...)
개인적으로 편집하면서 최명길 님이 보라 등 뒤에서 어깨를 감싸고
새 집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기뻐하는 그림이 참 좋았더랍니다. (유호철 피디, 밥살께!)

저는 이전에 오석규 디자이너가 '봉천동 한나네' 반지하방을 리모델링한걸 보고
'야, 좁은 공간에 정말 별별것들이 다 들어가 있네!'감탄했지요.
그래서 신림동 집의 신축도 좁은 공간을 100%활용하는 오석규님께 부탁드린 겁니다.
중간 점검 그림 중에 신축집의 설계 도면이 잠깐 나오는데요.
이 설계도는 실제로 보면 정말 감동입니다. 워낙 공간이 작아서 기존 가구는 안맞거든요.
그래서 붙박이 장에서 침대, 책상까지 벽면 치수에 맞춰 하나하나 짜만들었지요.
좁은 집에 울려퍼질 피아노 소리를 줄이기 위해, 방음장치를 달고,
그 뒤로 네 식구의 가족사진을 프린팅해서 만든 블라인드까지...
어제 집은 오석규 소장님의 꼼꼼한 설계와 따뜻한 배려가 돋보이는 집이었습니다.

사연 주인공에, 게스트에, 디자이너에...
러브하우스 연출가가 누리는 가장 큰 복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거지요.

바쁜 와중에 어렵게 시간 내주신 최명길 님께 감사하구요.
정말 힘든 상황에서 독특하고도 실용적인 집을 만들어주신 오석규님께도 감사...
그리고, 보라는 이제 아버지 건강 잘 챙겨드리고, 시온이랑 즐겁게 잘 지내길...

(다음에는 러브하우스 인물열전 디자이너편을 들고 오겠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