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의 자상 ... 김서하

작성자참마로니에|작성시간21.04.27|조회수11 목록 댓글 0

모과의 자상

 

김서하

 

​구름의 주저흔이 묻어있는 빗줄기에 모과는 낙상을 하고

내 손에 향기가 쥐어졌다

지난밤, 나무의 뒤척임이 아니었으면

내게 오지 않았을 타원형의 노란 불면증 한 개

애벌레가 박아 놓은 잇자국을 보란 듯이 내민다

소낙비회초리자국이 선명한

나무가 스스로 떨어트린 열매

손바닥 같은 잎이 재빨리 자해흔을 숨긴다

향기는 단단한 몸이 흘린 소리 없는 신음

어떤 상처의 화농이 이리 향기로울까

그해 가을,

당신은 내게 수직으로 떨어진 통증

​연애의 수분이 마르는 가으내

나는 앓았다

 

 

⸺『착각의 시학』(2017.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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