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감상]]흙 ...윤동재 / 거대한 밭 ... 손 음 / 흙에서 흙으로 ... 정환웅

작성자참마로니에|작성시간19.12.12|조회수92 목록 댓글 0

    
     흙
    
     윤동재
    
     우리 할머니는 올해 여든다섯
     요즘도 늘 밭에 나와
     식구와 같이 일하신다
    
     할머니 이제 밭에 나오지 마시고
     집에만 계셔요
     일은 우리가 할게요 하니
    
     얘들아, 아니다 아니란다
     나는 흙 만지는 것이 좋아
     밭에 나오는 거란디
    
     나는 죽는 날까지
     밭에 나와
     흙 만지다가 죽을 거야 하신다
    
     할머니 흙 만지는 것이 
     그렇게도
     좋아요 하면
    
     그래 너희들도 커서 어른이 되면 
     알게 된단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절로 알게 된단다
    
     하루라도 흙을 만지지 못하고 살면
     사는 게 아니지
     너희들의 공부가 더 여물어지면 
     너희들도 알게 될 거란다
    
    —『어린이문학』(2019년 가을호)
    
    
    ~~~~~
    
    거대한 밭
    
     손 음
    
    깡마른 손 하나가
    채소밭 하나를 밀고 간다
    불구덩이 땡볕을 이고
    오직 밭고랑을 밀고 간다
    내리 딸자식만 일곱을 둔
    거북 등짝 같은 할머니가
    한여름 찢어대는 매미 소리를 이고
    시퍼렇게 돋아나는 잡초를 밀고 간다
    
    잡초들은 믿기지 않는 광기를 뿜어내며
    할머니를 에워싼다
    할머니는 호미 한 자루로 밭을 지키려 한다
    상추와 호박과 고구마 속에서
    열무와 고추와 가지 속에서
    할머니는 진저리를 치며 호미질을 한다
    진저리치는 만큼 잡초들은 자란다 전속력으로 자란다
    
    상추와 호박과 고구마와 잡초와
    열무와 고추와 잡초와 할머니가
    서로가 서로를 저항하면서 자란다
    이런 오살할!
    욕이란 욕 다 얻어먹어 가며
    비로소 여름은 완성되고 있다
    
     ―시집『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걷는 사람, 2021)
    
    ~~~~~
    
    흙에서 흙으로
    
    시/정환웅
    
    흙과 돌과 땀으로 쌓아 올린 토담을 옆에 끼고
    사립문 사알짝 열고 들어서면 
    드믄 드믄 잡초와 더불어 사는 앞마당이 보인다.
    
    마당을 지나 나즈막한 토마루에 앉으면 
    컴컴한 토광에서 눈꽃 모자를 쓴 할머니가 
    날계란 하나를 내어 오신다. 
    
    정지에서 밥짓는 내음이라도 날라치면 
    구들목에서는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적셔온다.
    
    빗으로 잘 빗어내린 밭이랑에서 
    흙내음 맡으며 남새를 기르고 
    맨발로 기음 매다가 
    할머니는 흙으로 돌아갔다.
    
    2006. 02. 21
    
    정지 : 부엌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
    기음 (weeding) : ‘김매다’ 할 때 잡초 ‘김’의 사투리.
    
    眺覽盈月軒 (보름달을 멀리 바라보는 집) 에서
    
    


    환웅
    from Cafe 마로니에 그늘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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