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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칼, 짧은 이야기>

작성자김만수|작성시간26.06.05|조회수4 목록 댓글 1

  <긴 머리칼, 짧은 이야기>

 * 13년전 2013년 6월 1일에 써 놓았던 잡문이다. 놀랍게도 신선하다. 손대지않고 보낸다.(아가동장 김만수)

 

 

1. 자연이고 싶은 사람

 

문명을 버리고 자연인으로 변신하고 싶은 노인이 있다. 문명 세계가 허용하는 범위가 어디까지 일까?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길거리에 나서면 그냥 내버려 둘까?  안델센의 '벌거벗은 임금님'이 동화로만 남아 있을 것인가?

나이들어 공식행사가 없으니 나도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머리칼 기르기-장발'을 선언한다.

기온이 올라가자 벌써 여자들은 '하의 실종'이 역력하다. 올 여름엔 여자들 '상의 실종'까지 겹쳐지면 남자들 눈을 즐겁게(?)할 것만 같다.

아니 남자들의 눈을 멀게하거나 아니면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게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질 것 같아 벌써 불안불안 하다.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들의 '상하의 실종'은 행위자는 당당하고 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들이 범죄자가 되어야하는 문명의 모순, 분명 심각한 갈등이다.

한때는 장발을 단속하느라 경찰이 가위를 들고 다닌 적이 있었다. 미니스커트 단속하느라 경찰이 줄자를 들고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은 간섭이 없다. 상하의 실종에도 장발에도 간섭이 없이 자유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한가지 방법으로 장발을 택했다. 젊은 시절에는 직장이라는 조직문화에 충실하느라 못해 보았던 머리칼 기르기가 벌써 8개월째다.

산발에다 모자를 눌러 쓰고도 뻗혀나온 머리칼이 감당하기 힘들게 정말 어수선하다. 

"돈이 떨어졌냐? 이발소가 몽땅 문을 닫았냐?" 주변사람들의 간섭이 거세다.

노숙자로 보이니 머리 좀 정리하고 다듬고 다니라고, 한쪽에서는 충고를 하는데 다른쪽에서는 그런대로 멋지다고 부추겨 댄다.

 

2. 예술가

 

늘 단소를 들고 다닌다. 제대로 불지도 못하면서 폼은 되게 잡고 다닌다고 갈군다.

못하니까 연습삼아 때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불어대는 게 아니냐며 변명을 한다. 운동을 한다고 걷거나 달릴 때 잠시 쉬면서 불어대는 맛이 그만이다. 해보지 않은 이는 잘 모른다. 

뛰다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흐르면 길옆 바위에 앉아 쉬면서 단소를 분다. 가요도 있고 가곡도 있고 민요도 섞어가며 동요까지 신나게 불어재낀다. 박수도 없는 무대다.

오늘은 멀리 율동공원까지 달려와 풀섶 쉼터에 서서 전통 국악곡인 '청성곡'을 완주한다. 6-7분짜리 제법 긴곡이다. 옛날 라디오를 청취하던 시절 '전설따라 삼천리' 프로그램 전주곡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귀신곡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음률이다. 소리만 길게 내뻗어도 청아하게 멋진 가락이다.

모자를 벋고 긴 머리칼을 날리며 서툰 연주를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낏 쳐다보며 '와, 멋진데. 아주 소리가 좋아요' 칭찬한다.

예술가가 따로 있나, 바로 내가 국악인이고 예술가이지 하며 쾌재를 부른다. 남이야 뭐라하던 내가 이리 즐거운데 연주가-예술가가 아니냐.

 

3. 노숙자

 

집앞 탄천 산책길이 걷기 달리기에 가장 좋은 나의 운동장이다. 남쪽으로 가면 잘 다듬어진 자전거길이 용인까지 10km가 넘고 북쪽으로가면 한강까지 20km가 넘어 마라톤 코스로는 훌륭한 연습장이다.

실내 체육관을 끔찍이 싫어하는 내게는 이곳 탄천이 나의 천국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엔 바람이 세차다. 새벽을 달릴 때는 더 하지만 무릅쓰고 달리기를 하다가 휘리릭 모자가 날아갔다. 산발한 머리칼이 땀에 흠뻑젖어 바람에 흩날리며 얼굴을 덮어 볼쌍 사나운 모습이 되었다. 지나가는 젊은 부부의 한마디 말이 귀를 스친다.

"요샌, 노숙자도 운동을 하나봐" 낄낄거리며 간다.

아차, 내 입은 옷 꼬락서니가 영락없는 노숙자다. 허술한 겨울추리닝과 산발한 긴 머리칼이... 어제는 긴 머리칼의 멋진 예술가였는데, 오늘은 긴 머리칼 산발한 냄새나는 노숙인으로 추락한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 노숙자다.

 

4. 도인

 

얼마전 동네 사우나를 갔다. 몸을 말끔히 닦고 욕조 속으로 들어갔다. '아침 잠깨움 운동'을 거르고 나온지라 '도리도리'를 120번 한다. 눈을 감고 머리를 좌우로 어지럽게 돌려 대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불안해 한다.

도리도리 머리 돌리기가 처음해 보는 사람들에게는 목뼈가 오도독 오도독 소리를 내며 뼈가 맞부딛는 소리에 놀란다. 의사에게 물어 보니 그렇게 돌려대도 목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후 마음 놓고 휘둘러대니 다른 이들은 몹시 두려운 시선으로 쳐다본다.

'짝짝궁'은 두팔을 머리위로 둥글게 높이들어 우주를 껴안듯 깊은 호흡과 함께 끙끙댄다. 몇번을 휘두르며 지구를 가슴에 안고 앞산을 팔로 껴안고, 팔을 조금 오무려 눈사람을 만든다. 팔을 더욱 안으로 좁혀 농구공을 만들고 축구공 배구공 야구공 탁구공 그리고 골프공을 차례로 만들었다가 두손뼉으로 탁 깨뜨려 버린다. 이제 소리내지 않는 손가락을 마주치며 짝짝궁을 한다. '곤지곤지'도 '잼잼'도 '애비애비'도 나름대로 새로운 큰 동작으로 바꾸어 보았다.

지금은 잊혀졌지만 오랜 세월 내려온 우리네 전통육아훈련법-단동십훈을 노인건강훈련법으로 바꾸어 몸과 맘을 다스리는 운동으로 몸체험을 하며 개발하는 중이다. 20여분 하고나면 제법 잠에서 깨어나며 몸도 마음도 일상으로 활력을 얻는다. 그런 동작으로 목욕을 하고 나와 탈의실에서 물을 닦고 있는데 등뒤에서 동연배쯤 되시는 분이 묻는다.

" 어디 산에서 내려 오셨나요?" 갑작스런 물음에 어물거리다가 대답한다는 것이 엉겁결에

" 지리산에서 내려 왔는데요."

" 아까 하시던 동작이 어떤 도술인지요?" 어리둥절해 하다가 내친 김이니 마구 둘러댄다.

" 단동십훈이라고 우리 전통육아법인데 '도리도리 짝짝궁'이라고 아시잖아요."

" 무척 동작이 크던데요. 머리를 그렇게 흔들어 대면 목뼈에 이상이 오지 않을까요?" 걱정스러워한다.

" 처음엔 겁을 냈는데 의사에게 물어보니 괜찮다고 해서 몸체험 중이예요. 뇌를 흔들어 주니 오히려 시원해요.  운동을 하지않았던 목뼈도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몸의 균형을 잡는데도 도움이 되고요."

" 긴 머리칼에 동작하시는 거가 도인 같으세요. '도리도리' 도술 완성되면 한수 가르쳐 주세요."

그렇다,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다니고 있으니 어느때는 노숙자가 되었다가 어느때는 예술가도 되었다가 이제는 도인까지 되는 이런 멋진 일이 생긴다. 나는 자연인임을 선언(?) 한다.

 

5. 지하철에서 즐겁게 당한 이야기 

 

지하철을 막 탔는데 스마트 폰에 문자가 떴다. 바로 답을 해 주어야 할 일이었다. 마침 경노석이 비어있어 구석자리에 앉아 문자를 찍고 있다. 빨간 모자에 얼룩무늬 색갈 난방에 긴 머리칼을 날리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청년이다. 다음역이 환승역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탔다. 문자를 다 찍고 막 보내려던 참이었는데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사람이 아주 고의적으로 내 몸에 부딪힌다. '옳거니 시비가 오겠군'하는 느낌이 왔다. 

" 여보슈. 나이 많은 노인네가 서 있는데 자리 비키쇼." 자못 시빗조다. 눈 질끈감고 문자를 날리고 있다.

" 여봐. 자리 양보해야 할 것 아냐!" 소리가 높아지고 숨이 거칠어진다. 곧 손찌검이라도 날라올것 같은 기세다.  "왜 이리 시비시요!" 내가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순간 상대가 흠칫 놀라며 멈칫거린다. 말을 잇지 못하고 풀 죽은 기세여서 한마디 할 수 밖에.

"자리에 앉지 않는 성질인데 마침 문자를 보낼 일이 있어 잠시 앉았을 뿐이요." 언짢게 말을 던지며 상대를 보니 나보다는 나이가 적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제가 일어나 양보할 것이지' 속으로 고까왔다. 문자를 다 보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흰 소리를 한다.

" 형씨,  정말 고맙소. 내가 아직도 젊었다는 것을 확인 시켜 주어 너무 고마왔수다. 우리 다같이 젊게 삽니다."

내릴 역이 아니었는데 다음역에서 기마자세 걸음으로 씩씩하게 내리면서 휘파람까지 불어댄다. 정말 즐거운 날이다.

 

2013. 6. 1.  미래촌아이 동장 김만수 http://cafe.daum.net/mirea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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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최병해 | 작성시간 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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