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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수필방

바둑-IV

작성자원참|작성시간24.09.05|조회수57 목록 댓글 8

말년 병장의 시간은 멈춘 듯 거의

흐르지 않는다. 딱히 할 일도 없다.

내무반에 무료하게 죽치고 있던 어느날

예의 그 녀석이 내게 다가와서,

"바둑 한판하시죠.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녀석의 끈질김에 그만 이끌리어,

"좋다. 어떻게 두는 건데."

"기본은 아신다니, 저를 이길 수있는

만큼 흑돌을 붙이시고 시작하죠."

"화점마다 9수를 붙일까?"

"더 붙이셔도 좋습니다."

"좋아. 그럼 4점 더붙여 13점 깔지."

내 흑돌이 전염병 걸린듯 전멸이다.

 

"야~ 이놈아! 때려치자.안배운다."

"아 아닙니다. 지금부터 가르쳐

드리게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바둑은 한달이 조금 지날

무렵, 심사에서 그 정도이면 7급 정도

이란 판정을 받았다.

"엄청 빠르신 거죠. 이제 그정도이시면

어디가도 두실만합니다. "

다만 속성으로 배우신 거라 실전경험이

부족해서 많이 두어야 한다는 것과

더 정진하고 싶으면 책으로 공부해야

하다고 내게 일러준다.

"그간 고마우이. 바둑 잘 배웠어. 사부!"

더 시간이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안흐르던 세월 흘러 나는 제대

휴가로 그들과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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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원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05 ㅎㅎ 송이친구님!
    오목이 재미나요. 바둑은 시간이
    걸린다는 큰 단점이 있어요.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감히 몇단이라뇨. 한참 아래 급 수에
    만족하고 머물고 있어요.
  • 작성자백설영 | 작성시간 24.09.05 결과적으로 실력자와의 인연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원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05 어느 분야이었던지 실력있는 고수를
    만나는 것도 큰 복입니다.
    초중고 교육은 더 그런 것같습니다.
    담임선생님, 담당과목 선생님
    내가 선택할 수없고 오로지 복줄복인지
    복걸복에 따르는 것이니까요.
  • 작성자민티 | 작성시간 24.09.06 ^^
    결국은 사부님으로 모시게 된 이야기.
    그 인연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
    덕분에 바둑도 잘 배우시고~ 오호홋.
  • 답댓글 작성자원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06 예, 하마터면 아집으로 잃을 뻔한
    기회를 그렇게 잡았어요.
    고마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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