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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세종 국회 의사당에 벼꽃이 필 때

작성자양화야임하초|작성시간26.06.23|조회수76 목록 댓글 0

 

 

세종 국회 의사당에 벼꽃이 필 때

 

 

  몇 번의 여름이 가면 벼꽃 떨어진 자리에 세종 국회 의사당이 들어설 것이다. 소박했던 고향 사람을 닮은 국회 의사당이 세워져서 안과 밖이 평화 가득하길 기도한다. 보일 듯 아니 보일 듯 벼꽃이 피고,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이삭같이 겸손한 미래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장남 들판 모가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할 때 논에서 개구리 소리가 진동한다. 이제 심어진 여린 벼가 정신 줄을 놓지 못하게 놀아주고 있는 것이다. 꼿꼿이 뿌리를 내려야 큰비에도 둥둥 떠다니지 않도록 개구리도  제 몫을 하는 것이다. 개구리울음이 크면 비가 곧 내릴 것이다. 여유가 생긴 아버지가 금강으로 밤낚시를 떠난 이른 저녁 개구리를 울음이 더욱 심하다. 비가 흠뻑 와 주고, 단비 내리면 올해도 풍년이란다.

비 오는 날이 좋다고 말하는 친구의 얼굴이 화사하다. 들기름, 참기름이 항상 넉넉한 필순네는 비빔밥에도 들기름을 훅 부어서 놀랐다. 이런 날은 날구지로 애호박과 들깻잎으로 부친 부침개가 최고다. 고소함이 진동한다. 비 오는 날에는 친구랑 실컷 놀 수 있어서 참 좋다.

 '빗소리가 좋아? 너두?'라고 물으니 의외의 대답을  한다.

 '아니 일을 안 해서...' 비 오면 일을 안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엄마 필순이는 비 와서 좋데. 근데 일을 안 해서 좋다는데 엄마도 그래?'

 '개 네는 산 밭이 많아서 그려. 비 개면 풀이 엄청 올라올 텐데..'

엄마는 걱정이 많았다. 비 갠 여름 한낮이면 산 밭에 잡풀이 감당 안 되게 자라서 새벽부터 고된단다. 필순네는 육 남매 중 아들은 하나이고, 그 오빠는 공부만 하는 오빠였다. 둘째 딸인 그 애는 오빠를 대신해 부모님을 많이 도왔다. 그날 이후 고소한 들기름과 여름비가 오면 친구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홀로 피는 벼꽃은 매미도 한낮 낮잠 잘 때 피고, 나무 베개를 벤 아버지가 숨 고르며 잠든 사이에 홀로 지는 꽃이다. 여름 바람이 순수한 날 수수하게 꽃 진 자리마다 낱알이 투명하게 매달리면 어머니는 한 줌씩 베어내어 쌀 방아 찧어서 고봉 쌀밥을 짓는 상상을 여름 내내 하신다. 부지런한 아버지 바짓가랑이에서 벼꽃 냄새 마르면 여름은 기울고, 겸양한 모습으로 나락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일 것이다.

 

현재 고향은 세종시가 들어서면서 600여 년 살던 마을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대부네 방앗간과 황 씨네 이발소와 마을 회관 옆 연숙이네 막걸리 가게도 다 사라졌다. 어른들이 고향을 다녀가면 앓아눕는다는 말을 이해한다. 고향의 평화로운 옛 모습은 추억일 뿐, 꿈속의 고향이다. 비 갠 하늘 보니 고향 그립다.

 

 

 

 

전월산 아래 양화1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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