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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출석

2026年 6월24일 水 출석부

작성자여울|작성시간26.06.23|조회수59 목록 댓글 29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횡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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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소담이 | 작성시간 26.06.24 출석합니다
  • 작성자원정이 | 작성시간 26.06.24 출석합니다^^
  • 작성자성미 | 작성시간 26.06.24 출석합니다 ~~
    맛점하세요 ^^*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오솔길 | 작성시간 26.06.24 수욜 흐린 날씨
    출석합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일자 | 작성시간 26.06.24 출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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