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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바벨탑과 번역가, 그 둘의 관계는?

작성자신재용|작성시간23.08.17|조회수14 목록 댓글 0

바벨탑과 번역가, 그 둘의 관계는?

 

인도네시아의 햐신타 루이사( Hyacinta Louisa )<설렘 주의보>, <>, <말의 내공>,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여러 편의 우리나라 책을 인도어로 번역해 자국에 소개했습니다.

 

K-POP이 너무 좋아 한국어를 배운 루이사는 한국어능력시험에서도 최상급인 6급을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한국어 실력자입니다. 그가 낮은 번역료에도 불구하고 한국 책 번역을 그만 두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습니다.(2020.11)

 

권당 번역 200만 루피아(16만 원)이지만 그래도 한국 책이 좋아요.”

 

번역은 소통을 위한 징검다리입니다. 번역가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세계의 인류 문명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번역가가 없는 인류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합니다. 그들 덕분에 인류는 신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눈부신 기술의 진보가 그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번역가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주범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입니다. AI기술이 세계의 각국 언어를 번역하고, 동시통역함으로써 그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장벽이 신기술에 의해 완벽히 허물어진다면 번역가들은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번역가들의 탄생은 바벨탑 건축 공사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구약성서 속의 바벨탑 축조 공사에 따르면, 인간들은 하늘에 닿을 만큼의 높디높은 탑을 쌓아 하느님의 권위에 도전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이 같은 인간들의 무모한 도전에 화가 치밀어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다수로 쪼개는 저주를 내렸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서로 간 말이 통하지 않게 되자 바벨탑 축조 공사는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언어의 불통은 불신과 오해로 이어져 끝없이 싸우기만을 반복한 끝에 바벨탑 공사는 중단된 채 인간들은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대신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그 도전의 첨병에 선 이들이 바로 번역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을 연구하고, 분석해 인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들의 헌신으로 언어의 장벽은 조금씩 무너져 내렸고, 그 덕분에 인류는 과학, 경제, 기술, 예술, 문화 등 전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연금술사>, <순례자>, <흐르는 강물처럼> 등을 저술한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바벨탑의 저편>이라는 글에서 번역가의 사명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장인 어른이 낡은 타자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턱없이 낮은 번역료에 대해 탄식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안타깝게도 번역가들의 열악한 여건은 여전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신이 번역을 하는 것은 당신의 지식을 타인들과 나누기 위해서이며 그것은 번역가의 사명이라고 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번역가들을 향한 깊은 존경심도 표했습니다. “사람들의 오만에 분노한 신은 바벨탑을 무너뜨렸고, 그때부터 인간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게 되었다. 그러나 신은 한량없는 자비로움을 베푸사 인간에게 대화를 가능케 하고, 사고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리를 놓게 하셨다. 번역서를 펼칠 때 여간해서는 눈여겨보지 않게 되는 이들, 번역가들이 바로 그 다리를 놓은 이들이다.”

 

 

건축가가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를 놓는다면,

번역가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를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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