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글

밤 손님

작성자미션|작성시간24.09.19|조회수22 목록 댓글 0

밤 손님

울타리가 없는 산골의 조그만 절에서는 가끔 도둑을 맞습니다.

어느 날 외딴 암자에
"밤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밤손님이란 도둑을 점잖게 표현한 말입니다.

그 날 밤 잠이 없는 노스님이 해우소(화장실)에 다녀오다가 뒤꼍에서 이상한 인기척을 들었습니다.

가만보니 웬 사람이
지게에 짐을 지워놓고
일어나려다 말고
일어나려다 말고 하면서 끙끙거리고 있었습니다.

노스님은 한 눈에
무슨 일인지 눈치 채셨습니다.

밤손님이 뒤주에서
쌀을 한 가마 잔뜩 퍼내긴 했지만 힘이부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노스님은 지게 뒤로 돌아가 도둑이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지그시 밀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겨우 일어난 도둑이 힐끗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무 소리 말고 지게 지고 내려가게"

노스님은 밤손님에게 나직이 타일렀습니다.
그러자 도둑은 지게를 진 채 허겁지겁 산 아래로 내뺐습니다.

이튿날 아침,
스님들은 간밤에 도둑이 들었다고 야단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스님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후로 그 밤손님은 도둑질을 그만두고 그 절의 독실한
신자(信者)가 되었다고 합니다.

즉, 노스님은 도둑을 잡지 않고 그냥 보내줌으로써,
자비(慈悲)를 베풂어 오히려 어두운 구렁텅이에 빠져 사는 한 인간을 구제(救濟)한 셈이지요.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 소유(所有)란 있을 수 없습니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습니다.

물건이란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버리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가지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 좋은 글중에서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